FT “실질적 약속은 안 담겨”
WSJ “김정은 보증만 해줘”

미국 등 해외 주요 언론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한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비핵화 방법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없었다는 점과 과거 북한의 약속 위반 등을 지적하며 회담 성패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 ‘희망과 의심을 불러일으킨 평화 회담’이라는 제목의 인터내셔널판 사설에서 “두 정상(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없애고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내용으로 긍정적으로 보인다”면서도 “김 위원장은 여전히 독재 유지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잔혹하면서도 고립된 나라의 지배자”라고 언급했다. NYT는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비핵화는 점진적, 단계적 비핵화로 핵무기를 경제 제재 철회와 체제 안전 보장 등의 교환조건으로 사용하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결국 북핵 문제는 바뀌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다수의 전문가는 바라보고 있다는 관측을 곁들였다. 워싱턴포스트는 28일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통해 민족주의적 연대를 강화하고 한·미 동맹의 균열을 초래한다는 첫 번째 계획을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북한을 방문했던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29일 선데이 리뷰 칼럼에서 남북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평화 모드에 대해 “어떤 시나리오든 전쟁보다는 낫다”며 “북한과 미국 모두 체면을 차리면서 벼랑 끝 전쟁 위기에서 한걸음 물러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고무적이기는 하지만 나로서는 회의적”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에도 재활용된 용어만 난무했을 뿐 어떤 실질적이고 검증 가능한 핵 폐기 약속도 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선언을 압박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대신 김 위원장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정성을 보증해줬다”고 전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