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의 ‘드루킹-김경수 커넥션 의혹’ 수사가 더욱 해괴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미 1년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특정된 드루킹(김동원) 혐의에 대한 수사가 수사라고 부르기도 한심할 지경의 엉터리 수사로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성역 없이 수사해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게 정상인데, 26일 검·경(檢警)이 영장 청구를 놓고 벌인 핑퐁 게임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김경수 의원의 계좌와 통화 내역을 조사하기 위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이 반려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영장은 범죄 증거 확보 수단으로서, 전격적인 집행이 생명이다. 따라서 영장 집행 때까지 비밀에 부치는 것이 수사의 기본이다. 혹 검찰이 반려해도 검찰과 다시 협의하거나 보완한 뒤 재청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반려 사실을 공개한 것은, 부실 수사 책임을 떠넘기려는 부적절한 대응으로 보인다. 전날에도 경찰은 드루킹 측으로부터 500만 원을 받은 김 의원 보좌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6개 중 2개만 발부됐다고 공개한 바 있다.

검찰은 “범죄 사실 소명이 부족하다”고 이유를 밝혔는데, 드루킹 수사의 민감성을 생각했다면 보완토록 하는 게 정상이다. 경찰의 부실한 영장 신청도, ‘경찰 망신주기’식 접근도 어이 없다. 그러지 않아도 정권 실세의 한 사람인 김 의원에 대한 수사를 보면 범죄 입증이 목표인지, 해명이 목표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차기 경찰청장 1순위라는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두둔성 발언으로 문제가 됐다. 이런 와중에 중요한 증거는 지금도 인멸되고 있을 것이다.

검·경의 이전투구(泥田鬪狗) 행태는 수사권 조정이나 인사(人事) 등을 의식해 정권에 충성 경쟁을 벌이는 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경남지사 선거에 나선 김 의원은 드루킹 사건으로 인지도가 올랐다는 식이고, 드루킹도 여유만만하다고 한다. 수사 자체가 특검 대상이 될 사유가 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