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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에 코리아결핵병원 설립’ 제안,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

“비용 남북협력기금 등 충당하고
크리스마스실 국제 판매도 가능
남북교류에도 의료가 최고 처방”

“현재 북한의 의료 실상을 보면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게 결핵입니다. 남북 화해 무드를 계기로 결핵 치료에서 세계 최고의 노하우를 가진 남한이 북한을 돕는다면 그 효과와 의미가 엄청날 것입니다.”

북한 개성공단에서 남북협력병원을 무료 운영한 부산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맞아 황해도 해주에 ‘코리아 결핵병원’ 설립을 건의하는 등 남북 간 보건의료 교류를 제안했다. 정근(58·사진) 그린닥터스 이사장은 27일 “북한 결핵 환자 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10만 명당 550명이며 결핵균도 내성이 강해 여러 가지 항생제로도 치료가 안 되는 다제내성균(슈퍼 결핵균)이 많다”며 “전염성도 매우 강해 북한 정부도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 2005년부터 8년간 개성공단 안에서 결핵 진료소를 운영했고, 지난 2013년부터 3년간은 대한결핵협회장을 지냈다. 그는 “결핵은 가난한 나라의 질병으로, 남한도 세계에서 가장 심했다가 현재는 10만 명당 7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남한이 축적한 결핵 퇴치 노하우로 북한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리아 결핵병원 건물과 각종 의료장비를 마련하는 데 5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이 비용은 ‘크리스마스실’ 판매대금과 남북협력기금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해도 해주에 결핵 병원을 짓는 것은 90년 전 캐나다 선교사에 의해 최초로 설립된 결핵 치료소인 해주 ‘구세요양원’을 복원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최초의 크리스마스실이 바로 이 구세요양원의 운영을 위해 발행됐다. 정 이사장은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장면들을 담은 크리스마스실을 판매하게 되면 세계적인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한반도가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엄청난 ‘보건 위기사태’를 촉발할 수 있는 게 바로 북한 결핵”이라며 “결핵은 일단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검사가 중요하고, 2주간 약을 먹으면 치료할 수 있어 결핵 치료를 돕기 위한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안과 전문의인 정 이사장은 14년가량 그린닥터스를 이끌며 대형 지진과 해일 등 재난 참사 지역에서 국제의료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린닥터스는 개성공단 남북협력병원을 운영해 북한 근로자 30만 명을 진료하고 50억 원어치의 의약품을 지원했다. 그는 “남북 간 긴장 완화와 공동발전을 위해서는 환자를 돌보는 의료가 최고의 처방”이라고 했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