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폐기했던 상법개정안 재추진 방안 국회전달

집중투표·감사위원 분리선출
美·日선 폐지한 후진적 제도
“이런 발상은 한국 밖에 없어”

법무부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1인 이상 분리 선출’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의 추진 방안을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가 2013년 입법 예고했다가 기업 반발 등으로 폐기한 상법 개정을 5년 만에 재추진하는 것이다. 정부가 또다시 해외 악성 투기 자본의 공격에 국내 기업을 무방비로 내몰려 한다는 학계와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법무부의 ‘상법 일부 개정안 검토 의견’ 국회 보고 자료(3월)에 따르면 법무부는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심의 중인 13건의 의원 안에 대해 지난해 말 ‘상법특별위원회’를 5차례나 열어 검토했다. 이어 올 1∼2월 부처 의견 조회를 바탕으로 집중투표·감사위원 분리 선출·다중대표 소송 도입 등에 대한 관련법 개정 추진 방안을 마련했다.

복수의 사내외 이사 선임 시 각 이사에게 투표할 수 있는 의결권 전부를 특정 이사 후보 1인에게 몰아 주는 ‘집중투표제’에 대해 법무부는 “자산 2조 원 규모 이상의 대규모 상장회사에는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청구할 수 있는 소수 주주권 지분율 기준을 ‘100분의 1’에서 ‘1000분의 5 또는 10 수준’으로 낮췄다.

법무부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관련해 1인 이상을 분리 선출하고, 나머지는 현행대로 주주총회에서 선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중대표소송에 대해서는 자회사 출자 비율이 50%를 초과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상장 0.01%, 비상장 1% 이상 지분 보유)가 자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집중투표제의 경우 일본이 1974년에 의무화 규정을 폐지하고, 미국 역시 5개 주를 빼면 의무화 규정을 폐지한 후진적인 제도”라며 “감사위원 분리 선출도 전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실제 논의된 바 있는 주요 쟁점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상법 개정안이 기업지배구조 및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여러 쟁점에 대한 바람직한 개정 방향 제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회 법사위의 여당 관계자는 “법무부가 의견을 수시로 밝혀 온 것은 맞지만,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