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손턴 만난 천해성 차관 23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의제분과를 맡고 있는 천해성(뒷줄 오른쪽) 통일부 차관과 미·북 정상회담 실무책임을 맡은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통일부 제공

■ 2018남북정상회담 과제와 전망 - (上) 의제

北 전향적 조치로 모멘텀 확보
더 진전된 방안 나오긴 힘들 듯
보상 요구땐 지난한 협상 우려

“北 대담한 核폐기 시사했지만
美의 완전한 비핵화와 온도차”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를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지를 결정함으로써 오는 27일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할 남북 정상회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전향적인 조치로 남북 및 미·북 대화 지속을 위한 모멘텀은 확보됐지만, 북한이 이번 조치에 따른 보상이나 기존 핵무기 유지를 고집할 경우 한반도 비핵화는 지난한 협상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3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및 핵·ICBM 시험 중지로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의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이 이번에 취한 조치보다 더 진전된 조치를 이끌어낼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비핵화 문제는 결국 미국과 북한이 합의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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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더 확인하기 위해서는 영변 핵시설의 동결·폐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수용 등의 입장이 필요하지만, 남북 대화 단계에서는 이 같은 수준의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 다만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미·북 간 비핵화 대화가 계속 이뤄질 수 있도록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입으로 비핵화 의지를 직접 확인하는 정도의 진전이 나올 가능성이 남아 있다.

반면 미·북 또는 남·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이 계속 진행돼도 협상 자체가 공회전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의 이번 결정에 대해 “북한이 대담한 핵폐기 가능성을 시사했다”면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한 핵폐기와는 여전히 온도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북한이 이번 결정에서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의미하는 북한의 비핵화는 무기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핵물질까지도 해체·반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도 북한 비핵화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주장하고 있다.

또 남북, 남·북·미 협상 이후 단계에 대해서도 3자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직접 비핵화 협상을 한 후 6자회담 등을 통해 협상 내용을 보장받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우선 남북, 미·북 정상회담 후 남·북·미 3자 회담까지만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으며, 미국은 미·북 정상회담 이후 단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보상은 비핵화 협상 속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 3월 김 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비핵화 보상에 대해 ‘단계적·동시적 조치’라는 입장을 시사했다. 그러나 미국은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현 정부는 ‘창의적 해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