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이를 실무적으로 담당한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19일 법정에 나와 “박 전 대통령이 불법 여론조사를 지시하거나 최소한 승인했으며 지속적으로 보고받았다”고 증언했다. 또 그는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자신과 마찰을 빚던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당시 새누리당 대구 동구을 의원)를 공천에서 배제하려 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는 19일 옛 새누리당 국회의원 공천 과정에 불법 관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추가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공판을 열었다.

신 전 비서관은 “20대 총선 관련해서 불법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하거나 최소한 승인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이 현기환 당시 정무수석에게 지시한 사실은 대부분 현 전 수석이 나에게 설명을 해줬기 때문에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또 신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자신과 갈등을 빚던 유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 지역에 대항마를 내세우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신 전 비서관은 “현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이 친박 후보로 나선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 연설을 잘 못해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한다고 현 전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지적하고 친전(親展) 형태로 연설문까지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전 수석이 ‘이거 봐라. 할매가 직접 연설문까지 보냈다’고 말하며 서류봉투를 꺼내 흔들었다”고 증언했다.

신 전 비서관은 당시 정무수석실에 정상적으로 배정된 예산으로 여론조사 비용이 충당되지 않자 국가정보원으로부터 5억 원을 지원받은 사실도 시인했다. 이어 신 전 비서관은 “국정원에 여론조사 비용을 충당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었던 것은 여론조사 담당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이모 씨로부터 이전 정부인 이명박 정권에서도 국정원 돈으로 여론조사를 했다는 사실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전 비서관은 당시 국정원에서 받은 특수활동비로 이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데 실무적으로 관여하는 등 박 전 대통령의 혐의와 관련한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치러진 4·13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친박근혜계 인사들을 선거 당선 가능성이 큰 대구와 서울 강남권에 공천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총 120회에 달하는 ‘진박 감정용’ 불법 여론조사를 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올해 2월 추가 기소됐다.

이날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아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진행됐다. 변론을 맡은 장지혜(35·44기) 국선변호사는 앞선 공판 준비 기일에서 “박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하도록 지시를 하거나 승인한 적이 없고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김수민 기자 human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