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 거의 안쓰고 모아야 가능
정치권 “수차례 해외출장 여비
모두 피감기관 돈인가” 꼬집어

팬택·효성 등 후원금 받은 뒤
國監서 유리한 발언 의혹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재산이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4년간 4억7730만 원에서 12억5630만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후원금 계좌의 3억여 원을 빼더라도 4억 원 이상이 증가한 것이어서 재산 증식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김 원장이 신고한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김 원장은 2013년 배우자와 모친 재산을 포함해 6억1900만 원을 신고했다. 이후 2014년엔 8억4000만 원, 2015년 9억6500만 원, 2016년에는 12억5600만 원으로 매년 1억 원 이상씩 재산이 불어났다. 이 가운데 개인 예금의 증가액수만 3억5000만 원에 달했다. 국회의원 1년 세비 1억1000만 원을 거의 쓰지 않은 셈이다. 김 원장은 “가족이 적어서 돈 쓸 일이 별로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원장이 수차례 해외 출장을 다녔는데 돈 쓸 일이 없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모든 여비를 피감기관에서 받았단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국회 정무위원 시절 특정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국정감사 등에서 해당 기업에 유리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김 원장의 의원 시절 고액 후원금(300만 원 이상) 내역 자료에 따르면, 박병엽 팬택씨앤아이 부회장은 2012년 12월 4일 김 원장에게 500만 원을 기부했다.

김 원장은 2014년 10월 20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팬택이 2위를 하다가 LG전자의 물량 공세로 인해 몰락해 지금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며 LG유플러스와 LG전자의 부당지원 행위 의혹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김 원장은 또 2015년 4월 12일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의 아내로부터도 5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으며, 같은 해 9월 15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조 전 부사장과 갈등관계였던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금감원 조사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2015년 5월 중국과 인도 출장을 가는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경비 지원을 받았다. 이에 앞서 김 원장은 2014년 국감에서 우리은행이 2007년 정권과 가까웠던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 등에게 화푸빌딩 매입 자금을 대출해준 뒤 2010년 관련 채권을 싼값에 팔아넘겼다며 우리은행을 집중 비판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