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5개 모형’ 갑론을박

시민단체“수능 줄세우기 안돼”
대학들“정시비율 통제가 문제”
입시학원“내신 낮아도 기회를”

교육부가 11일 내놓은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에서 제시된 5개 모형에 대해 전문가와 업계, 시민단체 등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절대평가 확대와 정시 규모 확대, 수시·정시 통합 등 핵심 사안에 대해선 입장이 크게 나뉘는 양상이다.

진보성향 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정책대안연구소장은 “교육부가 여러 시안을 제시한 것은 대입 제도 개편안 발표를 1년 연기한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부 안을 내놨어야 하며, 핵심 쟁점을 모두 열어놓고 논의하겠다는 방식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대선 공약에 따라 우선 수능 절대평가 도입은 실현돼야 한다”며 “치열한 경쟁으로 학생들을 다수의 피해자로 만드는 상대평가와 정시의 지나친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절대평가를 기본으로 경쟁과 객관식 시험 문제를 통한 ‘줄세우기식’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영어만이 아닌 국·영·수 전부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되, 수능 변별력을 잃게 된다는 지적에 대해 대학의 자율 면접이나 내신으로 보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정시 확대를 찬성하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정부가 정시와 수시 비율을 통제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절대평가 확대는 사실상 수능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미이고, 절대평가와 정시 모집 확대는 서로 상충되는 ‘모순’”이라며 “정시 확대는 수능 변별력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데, 수능이 절대평가가 된다면 결국 변별력을 위해 대학들은 논술·면접 등을 강화해 다른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또 “지금까지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중심의 대입 제도는 교과·비교과 경쟁 심화로 사교육비 부담이 증가하거나 대입 공정성 시비를 양산해 불평등을 확대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며 “창의적 문제 해결과 논술형이 포함되는 방식으로 수능을 개선해 정시를 확대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생들에겐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대입 제도가 필요하다”며 “수능 정시 규모 확대가 필요한데, 절대평가를 확대한다고 해도 원점수 공개 등 수능의 변별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수시 비율이 8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정시 비중은 지나치게 적어 학생부를 관리하지 못한 학생에겐 역전의 기회가 없는 셈”이라며 “내신 1∼2등급을 받지 못한 90%의 학생은 결국 주요 대학 진입 가능성이 없어지는데, 수능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배 공정사회국민모임 대표는 “수능 절대평가 확대 도입은 정시 폐지나 마찬가지”라며 “절대평가는 기본적으로 변별력이 부족하고 수많은 동점자가 생기게 되는데, 수능으로 변별력을 갖추는 상대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현진·이희권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