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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차원에서 랍스터가 무엇인지는 누구나 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랍스터에 대해서도 알려고만 들면 대부분의 사람이 관심을 쏟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내용이 있다. 어떤 측면에서 관심을 쏟느냐의 문제일 뿐이다.”(307쪽)

우리 독자에게 조금 낯선 미국의 문제적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에세이 집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바다)에 수록된 ‘랍스터를 생각해 봐’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월리스는 미식 잡지 ‘고메’ 요청으로 2004년 여름 메인주 미드코스트에서 열리는 랍스터 축제를 취재하고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이 글은 ‘모든 것은 관심의 문제’이고 ‘어떤 측면에 관심을 쏟는지’에 달렸다는 작가의 말을 제대로 증명해 보인다. 랍스터에 대해 무엇을 쓸 수 있을까 싶지만 일단 관심을 가진 저자는 랍스터 학명에서 시작, 랍스터 잡기와 보관의 역사, 별미, 영양, 요리법 등을 끝없이 풀어낸다. 그러다 작가는 랍스터의 고통 측면에 관심을 쏟는데 뜨거운 물에 들어갈 때 랍스터가 겪을 고통, 서서히 온도를 올리는 조리법에 의한 고통, 이에 대한 도덕적 논증과 동물 학대 문제로 뻗어간다.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랍스터 박사가 바로 앞에서 말하는 것을 듣는 느낌이다. 관심을 가진다면,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월리스와 랍스터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의 삶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관심은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 낯선 이도 반갑게 맞이하는 환대 그래서 이르게 되는 이해와 공감, 이 모든 것들의 출발점이다.

월리스는 2권의 장편 소설과 미완성 유고, 3권의 소설집, 3권의 산문집을 남기고 2008년 48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소설가다. 그는 온갖 것에 중독된 세기말 미국사회 모습을 쓴, 방대한 분량의 두 번째 소설 ‘무한한 재미’로 강력한 팬덤을 몰고 다니는 문제적 작가가 됐다. ‘무한한 재미’는 세기말 미국 문학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문제작이자 모든 힙스터의 책장에 꽂혀 있는 작품이다. 이 책 ‘재밌다고들 하지만…’은 그의 산문집 3권에서 8편을 가려 뽑은 선집이다. 472쪽, 1만68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