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국민의 일상생활을 강타한 ‘재활용 쓰레기 대란(大亂)’은 도대체 정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새삼 되묻게 한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둘러싼 대혼란이 시작되고 여론의 도마에 오른 이후에야 환경부는 2일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어떻게든 수습은 되겠지만, 오래 전에 대처할 수 있었던 문제임에도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환경 문제는 ‘진보 진영’이 더 중요시하는 가치라는 점에서 더욱 어이없는 일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7월 전세계 폐기물의 50%를 수입하던 중국이 환경보호를 이유로 올해 1월부터 재활용품 24종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예고된 일이다. 유럽연합(EU)은 1월부터 플라스틱 포장지 재사용과 일회용 컵 사용 금지 등의 조치를 내놨고, 미국·호주 등은 자국 내 매립지 활용 대책과 중국 아닌 다른 나라로의 수출 협상에 나서는 등 국제적으로 큰 소동이 일었다. 심지어 중국 수출 길이 막힌 미국과 유럽이 환경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으로 수출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폐기물 단가가 폭락했고, 관련 업체들이 수거를 중단한 것이다.

쓰레기 수거는 지방자치단체 소관이지만, 이번 사태는 정부 책무임을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지난 8개월 동안 환경부는 “지자체 일”이라며 떠넘겼고, 지자체는 “예산도 인력도 없다”고 버텼다. 급기야 일부 지자체와 아파트가 폐비닐 등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릴 것을 주민에게 권유했고, 이런 사태에 환경부는 지난달 27일 ‘규정상 분리 배출돼야 한다’는 공문 하나를 달랑 보냈다. 문 대통령은 국정 5대 지표 중 하나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내세웠고, 정부 부처엔 액자로 걸려 있다. 그런데 이번 행태는 이런 구호와 정반대다. 엄중 문책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