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탄강 지질공원의 최고 명소로 꼽히는 경기 연천의 재인폭포. 높이 18m의 현무암 절벽과 주상절리가 푸른 물빛과 어우러지는 곳이다.

4월에 가볼만한 지질유산 명소

한탄강 지질공원
주상절리부터 베개용암까지

태안 신두리해안사구
바다가 만든 23개 모래언덕

해남 우항리 공룡화석지
세계 최대 익룡 발자국 화석

청송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
주왕계곡 감싼 수직절벽 압권

‘지질유산’이라면 낯설지만, 화산암의 주상절리도, 까마득한 협곡과 폭포의 경관도 모두 지질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지질유산의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는 다양하다. 경관 명소로 손꼽히는 곳도 있고, 학습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전국의 지질유산 명소를 ‘4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 용암이 만든 풍경…한탄강 지질공원

한탄강 지질공원의 명소는 경기 연천과 포천에 흩어져 있다. 연천에 속한 곳은 당포성, 임진강 주상절리, 전곡리 토층전시관, 좌상바위, 재인폭포가 있고, 포천 쪽에는 대교천 현무암협곡, 화적연, 멍우리협곡, 비둘기낭폭포, 아우라지 베개용암이 있다. 한탄강 지질공원은 두 곳의 지자체에 걸쳐 있는 만큼 효율적으로 여행하려면 동선을 잘 짜는 게 순서다. 1박 2일 일정이라면 첫날 임진강과 한탄강을 거슬러 오르며 연천 지질 명소를 돌아본 뒤, 이튿날 한탄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포천의 지질 명소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고구려 때 주상절리 위에 현무암으로 쌓은 당포성에서 시작해 임진강 주상절리 조망지, 전곡리 유적, 전곡 선사박물관, 아우라지 베개용암, 재인폭포까지를 첫날 일정으로 돌아본다.

이튿날에는 포천의 한탄강 대교천 현무암협곡을 시작으로 화적연, 멍우리협곡 등의 명승을 둘러보고 산정호수를 거쳐 비둘기낭폭포까지 간다. 비둘기낭폭포 부근은 하식동굴과 협곡 같은 침식지형을 비롯해 주상절리와 판상절리 등 다양한 지질구조로 신비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지질공원 여정을 마무리하는 곳으로 손색없다.

이미지 크게보기 해안사구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기지포 해변 탐방로.

# 모래가 만든 풍경…신두리 해안사구

대한민국에서 1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안해안국립공원은 전체 면적이 337㎢가 넘고 해안선 길이만 230㎞에 달한다. 국립공원 울타리 안에는 해안선을 따라 27개 해변이 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을 가장 꼼꼼하게 돌아보는 방법은 7개 코스로 된 태안해변길을 걷는 것이다. 7개 코스 가운데 짧은 건 3시간 30분, 긴 코스는 8시간이 걸린다. 7개 코스를 모두 합치면 걷는 시간만 자그마치 32시간이 넘는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이 보여주는 가장 큰 지질학적 특징은 해안사구다. 사구(沙丘), 즉 모래언덕은 해안의 모래가 북서 계절풍에 밀려 조금씩 육지 쪽으로 이동하다가 식물 같은 장애물에 걸려 오랜 기간 쌓여 만들어진다.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사구는 육지에서 볼 수 없는 경관과 특색 있는 식물 덕분에 생태적 중요성이 크다. 태안해안국립공원에는 크고 작은 해안사구가 23개 있는데, 이 중 가장 잘 알려진 곳은 신두리 해안사구다. 사구에는 갯방풍과 갯메꽃 등이 척박한 모래땅에 뿌리를 내리고 산다. 멸종위기종 금개구리와 표범장지뱀, 노랑부리백로 등 보존 가치가 높은 동물도 서식한다. 2001년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했고, 이듬해엔 해양수산부가 사구 주변의 바다를 ‘해양생태계보전지역’으로 정했다.


# 공룡 발자국…해남 우항리 공룡화석지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 가장 이름난 곳은 경남 고성이지만, 해남의 우항리 공룡화석지도 못지않다. 우항리 공룡화석지에서는 세계 최초로 같은 지층에서 공룡과 익룡, 새 발자국 화석이 발견돼 주목을 받았다. 새 발자국 화석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으며, 익룡 발자국 개수와 크기는 세계 최대다. 대형 초식공룡의 별 모양 발자국 역시 세계 최초로 발견된 것이다.

발자국 화석은 지붕을 덮은 3개의 보호각 안에 있다. 첫 번째 보호각에서는 두 발로 걸었던 거대 초식공룡 발자국 화석 263점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보호각은 익룡·조류관이다. 아시아 최초로 발견된 익룡 발자국 화석 433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 화석 1000여 점이 있다. 세 번째 보호각은 대형 공룡관으로 내부에 별 모양이 있는 희귀 대형 초식공룡 발자국 화석 105점이 있다.

화석지에는 어린이 놀이시설도 있다. 공룡 모양 미끄럼틀, 정글짐, 모래놀이터, 그네 등 놀이기구가 많다. 해남 공룡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에는 공룡 조형물 10여 종으로 우항리 지역의 백악기를 박진감 넘치게 재현한 사파리 존이 조성돼 있다. 공룡박물관에서는 쥐라기 후기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난폭한 공룡이었다는 알로사우루스 진품 화석을 볼 수 있다. 중생대 재현실의 실감 나는 전시도 훌륭하고, 해양파충류실의 중생대 파충류 전시도 흥미롭다.

이미지 크게보기 경기 연천 선사유적지에 들어선 전곡 선사박물관의 전시실.

# 기암과 단애…청송지질공원

주왕산을 품고 있는 청송은 201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됐다. 청송 지질의 특별함을 볼 수 있는 지질 탐방코스 3개가 있다. 탐방로는 주왕산국립공원의 주왕계곡에도 있고, 신성계곡의 녹색길에도, 청송자연휴양림에도 있다.

코스 길이는 주왕계곡 탐방로가 4.4㎞, 신성계곡 녹색길은 12.4㎞, 청송자연휴양림은 5.5㎞다. 여행 전에 청송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 홈페이지(csgeop.cs.go.kr)에서 해설사의 해설을 예약하면 더욱 충실한 여행이 된다.

주왕계곡의 압권은 자하성에서 용추폭포까지 주방천의 물길을 따라 1㎞ 남짓 이어지는 용추협곡의 경관. 기암괴석과 단애가 발달한 계곡에 급수대, 학소대, 신선대, 촛대봉, 관음봉 등의 수직 절벽이 아찔한 비경을 빚어낸다. 학소대 앞부터 용추폭포까지는 나무 덱이 설치돼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있다.

신성계곡 녹색길 탐방로는 길안천의 물길이 흐르는 천변을 따라간다. 계곡에서 눈길을 붙잡는 건 수직 벼랑 위에 세워진 정자 방호정. 조선 중기의 학자 조준도가 어머니를 그리며 세웠다는 정자다. 물길을 끼고 있는 절벽에 소나무숲과 정자가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계곡에는 공룡 발자국 화석도 있다. 백악기 퇴적암에 초식공룡 용각류와 조각류, 육식공룡 수각류의 발자국이 찍혀 있다. 물살이 구멍을 뚫은 순백의 바위들이 펼쳐진 백석탄도 독특한 풍경이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