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구치소 들어가는 車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가 23일 0시 18분쯤 서울동부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 구치소 수감 이후 수사 전망

110억대 뇌물수수 등 혐의
영장심사 “범죄 상당히 소명”
檢이 확보한 진술·증거 인정

MB측 “다스 실소유주 의혹
법정서 벗어날 것이라 확신”

법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110억 원대 뇌물수수 등 사건의 주범이라고 판단한 검찰의 수사가 어느 정도 소명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 측으로서는 향후 긴 법정 싸움에서 이 같은 검찰 수사와 법원의 일차적인 판단을 뒤집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 민간 불법자금 수수 의혹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23일 엄격한 물적 증거를 바탕으로 한 재판 과정에서 주요 의혹을 벗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밝힌 영장 발부 사유 중 눈에 띄는 대목은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한 소명이 있다’고 한 것이다. 이는 검찰이 확보한 진술과 증거들이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일정 정도 뒷받침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다스 실소유주 의혹, 민간의 불법자금 수수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중형을 피하기 힘든데 법원이 일정 부분 검찰의 손을 들어준 것이어서 이 전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 전 대통령 측은 구속영장심사에 불출석하겠다고 결정할 때부터 영장 발부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만큼 본 재판에서 다퉈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23일 “다스 실소유주 의혹은 법정에서 벗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며 “자연스레 삼성의 소송비 대납 등 다스 관련 범죄 혐의도 벗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 측은 구속영장 발부에 비해 형사재판에서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훨씬 더 엄격한 기준으로 갈리는 만큼, 실제 재판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자료와 진술로 덮어놓은 검찰 수사의 허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주 4회 재판 등 피고인의 변호권을 위협하는 재판 강행군에는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부적으로 정리하는 등 본격적인 재판 준비 모드에 들어갔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14개 안팎의 범죄 혐의를 모두 벗기는 쉽지 않은 과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민간의 불법자금 수십억 원이 이 전 대통령 측으로 건네진 사실이 확인된 데다, 핵심 측근들이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온갖 진술을 얼기설기 엮어 놓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검찰 수사를 뒤엎을 만한 반전 카드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