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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정상의 필체 분석

국내에서 필적학(筆跡學)은 정치인들의 필적을 비교하는 데 주로 쓰인다. 구본진(53) 변호사 또한 대선 후보를 비롯해 여러 정치인의 필적을 연구했다. 그에게 올해 상반기 연쇄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한국과 미국, 북한 지도자들의 필적을 의뢰하자 각각의 개성을 집어냈다. 한반도 운명을 쥐고 있는 이들의 필체에 드러난 성격을 알면 예측이 좀 더 쉽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에서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필적을 두고 구 변호사는 “에너지가 많고 활력이 강한 필체”라고 평했다. 구 변호사 분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 필체는 선이 부드럽고 각이 지지 않은 필체로 획의 마지막 부분을 길게 늘려 쓰는 게 특징이다. 구 변호사는 이런 필체를 쓰는 사람들은 인내심이 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예전부터 문 대통령의 여러 필체를 봤다는 구 변호사는 “협상가로 보자면 부딪히지 않고 상대방과 원만히 조율하는 특성이 보인다”며 “글자에 모가 나지 않았지만 힘을 갖고 있는데, 이는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필체”라고 평했다.

트위터로 대중과 소통하며 종종 의외의 즉흥적 대응으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구 변호사는 “전략가의 필체며 상당히 좋은 필체”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구 변호사는 “필체로만 보면 계획적인 사람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며 “글씨 크기가 작고 모가 나 있는데 이런 글씨체를 쓰는 사람들은 성격이 급하지 않다”고 평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대개 즉흥적인 대응을 한다고 하지만 글씨체만 보면 그와 반대로 성격이 급하지 않고 사전에 충분한 계획을 갖고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구 변호사의 필적 감정 중 가장 의외의 평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서 나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집권 후 정권 유지를 위해 수차례 숙청을 단행하고 고모부와 친형까지 죽음으로 내모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는 분석이 많았던 터다. 구 변호사의 설명은 달랐다. “김 위원장의 글자가 꽤 정돈돼 있고 균일하다”고 분석한 구 변호사는 “이는 감성보다는 이성적으로 사안에 접근하며 치밀한 계획을 갖고 접근하는 유형”이라고 평했다. 그는 “아직 나이가 들지 않아 완숙의 경지에 들지 않았지만 이성적 판단이 앞서는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구 변호사는 김 위원장뿐만 아니라 김일성·김정일 부자 필체까지 구해 분석한 바 있다. 그는 “3대가 모두 정돈된 필체로 비슷하면서도 김일성이 가장 낫고 그다음이 김정일, 김정은 순”이라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