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경제 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근하며 한·미 금리 역전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밝혀

자본유출 당장 크진 않을듯
가계빚·수출에 악영향 우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양국의 정책금리가 10년 7개월 만에 역전됨에 따라 금융시장 등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이번 금리역전으로 당장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규모 유출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리 역전 기간이 장기화하고 그 폭이 커질수록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금융시장에 만만치 않은 동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결정으로 내외 금리가 역전됐는데 정말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 결정문이 다소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금리 결정은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 국내 시장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도 이날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 FOMC 결과와 영향을 점검한 뒤 대응방향을 논의하고,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지금과 같은 거시경제 운용 기조를 이어가겠지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우 적절한 시장안정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자금이 단지 금리 차이만 보고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최근 한국 기업실적이나 경제 전반 사정이 좋다는 점 등이 신중론의 배경이다. 10년 전에도 최대 1%포인트의 기준금리 차이가 났으나 자금 유출은 없었다.

한국무역협회도 이날 ‘미국 금리 인상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최근 외국인들이 중장기 원화 채권 보유를 늘렸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자금 이탈 우려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무역협회는 “미국 금리 인상이 빨라지면 신흥국으로부터 외화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신흥국 경제가 불안정해질 수 있고 이는 우리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한·미 간 금리 역전 상황이 이어지고, 그 가운데 금리 격차가 계속 확대된다면 분명 자본유출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정부가 양국 금리의 결정 상황, 수출·물가·내수 등 경제 여건, 자본 흐름 등 복잡한 요소를 주시하면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 유출 우려와 별개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미국 금리 인상에 연동해 함께 오르는 추세였다. 금융권에서는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말에는 최고 연 6%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결국 한국은 물가 등 제반 경제 상황이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건실하지 못하다는 것이 한은의 고민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서민들의 가계부채 부담 증가도 간단치 않은 사안이다. 금리역전 폭과 기간이 과하지 않도록 보조를 맞추되 자칫 경제주체들이 큰 충격을 받지 않도록 절묘하게 통화정책을 펼쳐야 하는 어려운 국면에 서 있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하반기 중 1, 2회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만용·조해동·최재규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