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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한 만큼 되갚겠다는 中

콩·수수·돼지고기 등 제재대상
지지층 타격… 확전 최소화 전략

조치 미흡땐 美국채매각 확대
항공기·부품도 관세부과키로

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 등
習 ‘당근과 채찍’ 준비 지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상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폭탄’에 맞서 미국산 콩과 수수, 돼지고기 등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조치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은 마지막까지 금융시장 개방 확대를 미국에 대안으로 제시하며 ‘무역 전쟁’을 피하려고 했으나 협상이 사실상 실패함에 따라 본격적인 전투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농산물을 타깃으로 정한 것은 초기에 막대한 타격을 가해 확전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2일 중국 언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중국은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미국이 최소 300억 달러(약 32조 원)에서 최대 600억 달러(약 64조 원)에 달하는 중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자 이에 대한 대응책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미국 농산물 수입업자와 식품 가공 관련 국유 기업 등과 회의를 하고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보복 조치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주에서 많이 생산되는 미국산 콩과 수수, 돼지 등 농축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보복관세 조치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에 대비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산 콩 수입 확대 등의 대체재 마련 전략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에 타격을 가함으로써 보복관세 부과 조치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보복관세 부과 조치가 미흡할 경우 중국이 미국산 항공기와 항공기 부품 등으로 조치를 확대하거나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으로서 국채 매각 확대, 중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등 단계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21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누구와도 무역 전쟁을 벌이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누군가가 강요한다면 두려워하지도 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중국은 그동안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해 여러 채널을 가동했다. 시 주석도 담당 부서에 ‘당근과 채찍’을 모두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근책으로 미국이 원하는 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를 적극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증권사와 보험사에 대한 미국 등 외국자본의 투자 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고 미국과 협의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 시장 개방 폭을 더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달 시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방미했을 때 미국 고위 관료들은 서비스 시장 개방 외에도 국유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폐지, 구체적인 무역 적자 해소 방안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의 과도한 요구에 협상단이 난색을 표하면서 류 부총리는 빈손으로 귀국했고, 결국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로 이어졌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