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오는 26일 안중근 의사 순국 108주년을 맞아 안 의사의 순국 장소인 중국 다롄에서 한국 국가보훈처 관계자가 참석하는 추모식이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추모식 모습. 자료사진

- 26일 中 다롄서 ‘순국108주년 추모식’… 韓 보훈처 국장 참석

南北합의로 2008년 발굴 시작
대북관계 악화되며 활동 중단
최근 해빙 분위기에 재개 기대

中 “남북공동작업땐 협조할 것”
전문가“상설위원회 설치 필요”

안중근 의사 순국 108주년(3월 26일)을 맞아 중국 다롄(大連)에서 열리는 추모행사에 우리 정부의 국가보훈처 관계자가 2015년 이후 처음 참석해 관심을 끈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2008년 이후 중단된 안 의사의 유해 찾기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안 의사 순국 기념일인 26일 오전 10시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시 뤼순(旅順)구 뤼순감옥박물관에서 열리는 108주년 추모식에 임성현 보훈처 보훈예우국장이 참석한다고 보훈처가 22일 밝혔다. 안 의사의 순국 장소인 다롄에서 열리는 추모식은 매년 다롄한인회와 한중친선협회 주최의 민간 주도로 열려오다가 2015∼2016년은 한국 정부가 직접 주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2015년에는 보훈처의 이경근 보훈선양국장이 참석했지만, 이듬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2년 연속 보훈처 관계자가 참석하지 못했으며, 지난해 추모식은 다시 민간 주도 행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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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보훈처 관계자가 참석하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이후 한·중 간 경색이 완화되면서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추모행사에 참석하는 임 국장은 “올해 행사는 보훈처 주최의 우리 정부 행사는 아니다”라면서도 “추모식 참석 후 안 의사 유해 매장 추정지 3곳 정도를 둘러보고, 독립운동과 관련된 현지의 연구자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4월 말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2008년 우리 정부 차원의 안 의사 유해 발굴 1차 사업이 실패한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사업의 돌파구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당국은 안 의사 유해 발굴에 대해 기본적으로 남북한 당국의 합의에 따른 공동작업에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안 의사의 고향이 황해도 해주이고, 친인척과 후손들이 북쪽에 적지 않다는 연고권을 내세워 남쪽의 단독 유해 발굴을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남북한 당국은 2005년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안 의사 유해 발굴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고, 2008년 우리 정부 주도의 첫 발굴 사업도 북한의 양해로 이뤄졌다. 이후 2010년 보훈처 산하에 민관합동의 ‘안중근의사유해발굴추진단’이 구성됐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대북관계 악화로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했다.

2019년은 안 의사 탄생 140주년이자,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하얼빈(哈爾濱) 의거 1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앞두고 남북이 다시 안 의사 유해 발굴에 공동보조를 취한다면 중국 당국의 협조를 최대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 의사 유해 발굴작업에 전념해온 김월배 하얼빈 이공대학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은 해방이 되면 나를 고국에 묻어달라는 안중근 의사의 유언에 답을 내놓아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남북한이 머리를 맞대고 안 의사 유해 발굴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안 의사 유해 찾기와 관련해 4가지 점을 강조했다. 그는 먼저 “안 의사 자료 및 유해 위치 관련 내역을 확인하는 데 하얼빈시 헤이룽장(黑龍江)성 당안관(당案館·기록보관소), 특히 다롄시 당안관을 열람하는 게 선행조건이지만, 다롄시 당안관은 1945년 이전 자료의 열람을 제한하고 있다”며 “남북이 공동으로 이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뤼순감옥 공동묘지의 지표투과 레이더(GPR) 검사를 허용하도록 중국 측에 요청해 확인 가능한 최대 후보지를 고려해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 의사의 유해는 물론 모친인 조마리아, 부인 김아려, 동생 안정근, 안공근도 중국에서 순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두 유해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른 관련 지방의 당안관 열람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무엇보다 남북한과 중국, 일본이 참여하는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민간 상설위원회 설치를 남북이 공동으로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에서 108주년 추모식은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주최 행사가 24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안중근의사숭모회 주최 행사가 26일 오전 10시 중구 소월로 안중근의사기념관 강당에서 각각 열린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