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주력산업’ 토론회

“노동계 반발 구조조정 진통
누가 한국에 공장 세우겠나
노동유연성 확보 등 시급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수술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구조조정 수건돌리기는 멈춰야 할 때입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2일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위기의 주력산업, 기업구조조정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을 인용하며 “인력감축 없는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조 교수는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의 주요 지표를 인용해 “인건비 비중이 높아지고 매출액이 감소한다는 점은 점차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는 제도적 요인으로는 노사 간 힘의 불균형 문제와 노동 유연성 부족을 꼽았다. 한국지엠과 금호타이어, 성동조선, STX조선 등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노동계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조 교수는 “어느 해외 기업이 한국에 공장을 세우고 고용을 창출할지 의구심이 든다”며 “노동조합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교수는 해법으로 △파업 찬반 요건 강화 및 찬반투표 유효기간 제한 △파업에 대한 사측 대항수단 허용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을 제시했다.

또 노동 유연성 제고를 위해 정리해고 요건과 파견업무 기간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적 측면에서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 일몰 연장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한국지엠 군산공장 철수에 대해 “시장과 기업경영 원리로 이해해야 할 사안을 정치·사법·도덕 논리로 해석하려는 악습이 재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과 교수는 “정부는 한국지엠에 추가 출자를 요구하는데 GM과 노조 입장에서는 부채형 자금조달이 최적”이라며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벤치마크(기준지표)를 정해 노사를 동시에 압박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