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이제 단순히 동남아시아의 ‘한 나라’가 아니다. 한국의 수출 측면에서 중국, 미국에 이은 3위 국가이며 곧 미국을 제치고 2위가 될 것이라고 한다. 1964∼1973년 베트남 전쟁에서 총부리를 마주했고, 베트남은 아직 공산당 일당제 국가이지만 1992년 수교 이후 2009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됐으며, 이젠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문화적으로도 가장 밀접한 나라가 됐다. 베트남은 또 개혁·개방 정책을 실행해 이미 ‘남방의 큰 별’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22∼24일 베트남 국빈방문은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경제 분야의 관계 발전은 이미 눈부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0년에는 대(對) 베트남 수출이 965억8000만 달러에 이르며, 대미 수출 809억3000만 달러를 추월한다. 2015년 말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을 지렛대로 경협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안보(安保) 측면에서도 베트남은 중요한 파트너다. 북한과 1950년 수교했을 정도로 북한의 맹방인 베트남은 유엔 대북 제재를 잘 지키는 나라 중의 하나다. 최근 북한과 교역을 중단하고 북한 노동자에 대한 노동허가증도 재발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베트남전 이후 43년 만에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다낭에 정박했다. 사드 보복 등 중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베트남과의 경제·안보 협력 관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내 일각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전쟁 시기의 비극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사과를 요구하지만, 베트남은 그것보다 미래 협력 강화를 희망하고 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동계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신의현 선수를 묵묵히 뒷바라지한 베트남인 아내 등으로 더욱 가까워졌다. 한국이 경제적 이익만 노린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양국 관계를 더 성숙시켜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 김정은이 ‘베트남 모델’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공동 노력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