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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온라인 신문 ‘인디펜던트’는 14일 자 기사에서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연구팀의 결과를 근거로 대중을 가장 끌어당기는 ‘탐닉 식품’(addictive food) 10가지를 소개했다. 1위 피자, 2위 초콜릿, 5위 아이스크림, 7위 치즈버거 등이었다. ‘탐닉 식품 톱(Top) 10’엔 대부분 지방과 설탕이 많이 든 가공식품이 포함됐다. 가공식품이 아닌 것은 치즈(10위) 하나뿐이었다. ‘식품 탐닉’(food addiction)은 약물중독과 유사한 특성을 가지며 많이 먹게 되고 체내에서 빠르게 흡수된다는 점을 신문은 지적했다.

기사에선 반대로 소비자에게 가장 매력이 떨어지는 식품 10가지도 열거됐다. 당근(2위)·콩(3위)·현미(5위)·브로콜리(6위)·연어(8위) 등 웰빙 식품으로 알려진 식품이 주류를 이뤘는데 1위가 오이였다.

‘인디펜던트’ 기사에서 ‘가장 매력 없는 식품’으로 꼽힐 만큼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그들은 자장면 위에 올려진 채 썬 오이, 샌드위치에 숨어 있는 오이 조각, 김밥에 콕콕 박혀 있는 작은 오이까지, 오이는 죄다 골라낸다. 오이지·오이장아찌·오이냉국·오이소박이 등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오이 혐오자(cucumber hater)다. 이들은 오이가 함유된 비누·피클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오이 맛과 향 때문에 수박·참외·멜론도 멀리한다.

오이의 쓴맛은 꼭지 부분에 많은 쿠쿠르비타신 때문이다. 이 쓴맛은 오이의 품종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오이의 생육이 불완전할 때 쓴맛이 많이 나고, 익을수록 줄어든다. 보통 오이를 조리할 땐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꼭지 부분을 잘라내기도 한다. 항암효과를 가진 쿠쿠르비타신이 오이를 꺼리는 이유가 된 셈이다.

오이를 싫어하는 이유는 쿠쿠르비타신이 아닌 각자의 유전자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쓴맛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슈퍼 테이스터’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오이 애호가도 많다. 오이는 청량감을 준다. 실제로 속살의 온도가 겉보다 낮다. 갈증 해소 효과도 오이를 넘볼 채소는 없다. 수분 함량이 96%로 수박(91%)보다 높다. 오이 특유의 시원한 맛을 선호하는 사람은 한여름에 물 대신 오이를 선택한다. 오이 애호가는 오이의 은은하고 상쾌한 향과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라고 표현한다.

‘as cool as cucumber’(오이처럼 찬)란 영어 관용어가 있을 만큼 오이는 냉(冷)채소다. 한방에선 몸이 차가워지면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신진대사가 떨어져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워진다고 본다. 중국인이 여름철 외엔 오이를 삶거나 볶는 등 주로 가열해 먹는 것은 바로 오이의 찬 성질 때문이다.

오이는 ‘천연 이뇨제’다. 먹으면 몸 안의 수분이 체외로 빠져나가 얼굴이나 몸의 부기가 빠진다. 민간 요법에선 부종이 잦은 사람에게 “오이 한 개씩을 매일 먹으라”고 권한다.

오이는 되도록 삶은 것을 저녁에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녁 식사가 나오기 전에 하나 먹으면 독소 배출은 물론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된다.

오이 성분 가운데 특징적인 것은 엽록소·칼륨·쿠쿠르비타신·아스코비나제다. 엽록소는 ‘녹색 혈액’으로 통한다. DNA의 손상을 막고 세포 재생을 돕는다. 칼륨은 나트륨의 배출을 촉진해 혈압을 조절하고 몸속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한다. 쿠쿠르비타신 C는 설사를 유발하고 음식 맛을 떨어뜨린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