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비 회수 5% 불과
청년창업 활성화 외치면서
지주회사 규제로 엄두못내

미국·중국은 선도 기업의 스타트업(신생기업) 투자 확대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놓고 있으나 국내 선도기업은 지주회사 규제 등에 가로막혀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하는 형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 실업 문제 해소와 혁신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서는 청년 창업 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나 창업 동기 부여를 위한 강력한 유인책인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공백상태’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 두 회사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인수한 스타트업 수는 총 70개에 이른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IBM·애플 등 미국 5대 정보기술(IT) 기업이 2012년부터 5년 동안 인수한 스타트업 수는 모두 420개사를 웃돈다. 미국 현지의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 수만 해도 400개에 육박하고, 인수·합병(M&A)을 통한 벤처 투자비 회수 비중은 90%를 웃돈다.

반면 국내는 M&A를 통한 벤처 투자비 회수 비중이 5%를 밑돌 만큼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만 있는 지주회사 규제가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와 벤처캐피털 설립을 저해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국내 지주회사는 금융·산업 분리 규제로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 설립을 할 수 없다. 또 자회사(손자회사 포함) 지분의 일정 수준(상장 20%·비상장 40%) 이상을 보유해야 하며, 증손회사를 원칙적으로 보유할 수 없다. ㈜SK는 과거 의료장비업체 메디슨 인수를 추진했으나 자회사 지분 보유 요건을 충족할 수 없어 포기하기도 했다.

게다가 벤처기업은 대기업에 인수되면 3년 뒤에는 벤처기업 혜택을 포기해야 하고, 7년 뒤에는 부당지원 규제의 제약을 받아 모회사의 자금지원·기술 이전·업무 제휴 등을 받지 못한다. 유정주 한경연 기업혁신팀장은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스타트업이 선도기업 투자를 받아 한 단계 더 도약·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