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발행주식 지분 25%
주총 참여해야 안건의결 가능

영업사원·대행업체 동원시켜
위임장 받으려 해도 난항 겪어

영진약품·칩스앤미디어 줄이어
주총 사외이사·감사 선임 실패

섀도보팅(의결권대리행사) 폐지 여파로 100곳이 넘는 상장사가 의결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사원까지 동원해 위임장 받기에 나서는 등 의결권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소액주주를 찾기조차 쉽지 않아 안건 부결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비상대응반’을 꾸려 대응에 나섰으나, 의결정족수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거세지고 있다.

20일 금융위원회는 향후 2주간 주총을 여는 1768개 상장사 중 102개 기업이 의결권 확보 지원 요청을 해왔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섀도보팅이 사라지면서 통상적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25% 지분이 주총에 참석해야만 안건 의결이 가능하다.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다. 감사위원의 경우 대주주가 3%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고 나머지 기관투자가나 소액주주 지분을 합친 주식에서 25%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영업 사원까지 동원하거나 대행업체를 고용해 위임장 받기에 나서고 있다. 대행업체 비용만 5000만 원~1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소액주주 정보는 주소밖에 없어 위임장 받기가 녹록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의결 정족수 부결로 중요 안건이 부결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칩스앤미디어’와 ‘영진약품’은 주총에서 정족수 부족으로 각각 감사와 사외이사 선임에 실패했다. 주식분할과 정관변경 등 특별결의 안건이 통과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에스아이티글로벌’과 ‘유지인트’는 의사정족수가 부족해 주총에 안건을 올리지 못했고 에이씨티는 주식분할을 추진하다 실패했다. 앞으로 상장사의 주총이 몰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사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전자투표 독려에 나섰지만 12월 결산 상장사 1947개(펀드·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 중 810곳(42%)은 전자투표를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선 섀도보팅 폐지 대안으로 의결정족수 요건이 완화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투자협회 등 관계기관들과 ‘상장회사주주총회 비상대응반’을 마련해 기업들의 의결권 확보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주주총회 특별지원반’을 설치해 주주와 기업들에 대해 전자투표 이용을 독려할 계획이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