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동안 소득도 없이 공방
“실권없어 무의미한 회의 계속”

丁·원내대표 회동도 입장차만

청와대가 19일 헌법 개정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정작 개헌을 주도해야 할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개헌 시기와 발의 주체 등을 두고 여야 원내대표 간 소득 없는 공방이 이어지면서 1년 넘게 운영해 온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 논의도 답보 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특위 패싱’론까지 제기되는 형국이다.

헌정특위는 이날 오전 비공개 소위를 열어 정부 형태 등을 논의하려 했으나 대통령 개헌 발의권 행사가 적절한지 아닌지에 대한 여야 간 공방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 헌정특위 전체회의에서도 이날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개헌안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가 회의 내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여당 소속 한 헌정특위 위원은 “최근 헌정특위는 개헌안 자체에 대한 논의보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도 되는가’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는 어느 정당에 이익인가’를 다투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위원도 “권력구조나 개헌안 발의 시점, 주체 등에 대해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지 못하면 헌정특위 내의 세부 논의는 공전할 수밖에 없다”며 “헌정특위는 특위대로 진행하고 있지만, 아주 무의미한 회의를 계속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청와대와 국회의 개헌 논의에서는 물론 여야 지도부 간 협상에서조차 헌정특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당 소속 한 헌정특위 위원은 “사실상 헌정특위 위원에게 개헌 협상을 위한 ‘실권’이 없는 데다 자유한국당이 뚜렷한 당론이 없는 상태에서 특위 위원들에게 협상권을 위임한 것도 아니라 헌정특위 안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개헌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의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이날 오전 열렸지만 여야 간 의견 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은 국회가 결론을 못 내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회가 먼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1일에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든, 26일에 하든 ‘관제 개헌’이라는 게 달라지진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국회가 단일안을 만들면 개헌안 발의 시기 등 다른 문제에 대해선 국민과 대통령께 이해를 구하면 된다”며 “각 정당 지도부의 결단을 통해 조속하게 국회 개헌안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