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혐의 관련 진술 등 확보
신문 초안 막바지 꼼꼼히 점검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그동안 차분히 관련 진술과 증거를 확보한 만큼 20개에 달하는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12일 그간 확보한 증거와 진술을 정리해 이 전 대통령에게 소명을 요구할 구체적인 신문 초안 작성에 나섰다. 질문지만 A4 용지 100여 페이지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나 경호 문제로 이 전 대통령을 여러 번 불러 조사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14일 하루 조사에서 충분히 이 전 대통령의 진술을 듣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횡령·배임 등 20개에 달한다. 검찰은 특히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 관련 경영 비리와 각종 뇌물수수 의혹의 정점에 이 전 대통령이 있다고 판단하고 11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등을 불러 막바지 보강조사도 벌였다. 검찰은 다스 전체 지분 중 정부의 지분을 제외한 80% 이상을 이 전 대통령 소유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300억 원이 넘는 다스의 비자금 조성에도 이 전 대통령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뇌물수수액은 110억 원이 넘는다. 삼성이 대납한 다스 미국 소송비 60억 원(500만 달러),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상납한 17억5000만 원의 특수활동비 외에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22억5000만 원 △대보그룹 5억 원 △ABC상사 2억 원 △김소남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4억 원의 불법 자금이 이 전 대통령 측에 건네진 정황을 잡고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다스의 각종 경영 비리, 국가기록원에 넘길 문건을 빼돌린 혐의, 차명 재산을 보유하며 세금을 탈루한 혐의 등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에게 소명을 요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입장에서 도저히 알 수 없었던 범죄 사실도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 사이 엇갈린 진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미 공범 혹은 종범을 기소하며 이 전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적시한 것은 그만큼 증거와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