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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방북 특사단이 1박2일 일정을 마치고 6일 돌아왔다. 이번 특사단의 방북 성과에 대한 초미의 관심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어느 정도로 보여줄 것인지에 있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미·북 대화를 위해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의 방북 결과 발표문에 따르면,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미국과 이를 위한 대화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북한 입장에선 당연히 예상되는 단서이고, 우리나라와 미국 입장에서는 길고도 험한 비핵화 협상의 여정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무엇이며 북한 체제의 안전 보장을 위해 무엇을 어디까지 해줘야 할지가 매우 불분명한 까닭이다.

이제 청와대는 방북 결과를 갖고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정 실장이 곧 워싱턴을 방문한다고 한다. 미국 당국자들에게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분명히 갖고 있고, 4월 한·미 연합훈련 실시도 북한이 수용했으며,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까지 했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말도 곁들일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전달해 달라고 한 비밀 제안도 제시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이 비핵화와 미국과의 대화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압박 전략이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감사를 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 되면 미국으로서도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단서 조항이 마음에 안 들겠지만, 한·미 연합훈련도 실시될 테고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개최마저 발표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북 양측이 정말로 해결책을 찾으려는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임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조건이 매우 중요하다.

첫째, 북한 당국이 정말로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가혹한 경제 제재와 미국의 군사적 공격으로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계속해서 느끼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최근 보여주는 파격적인 평화 공세는 모두 이러한 위협에 대한 인식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런데 남북 정상회담과 문화 교류 행사들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분위기를 훼손하고, 우리가 미국의 공격을 막아주기라도 할 것처럼 북한 당국이 생각하게 되면, 북한의 변화도 비핵화도 물 건너갈 것이다. 우리 스스로 북핵 문제 해결의 절호의 기회를 망치게 되는 것이다.

둘째, 한·미 동맹을 견고하게 유지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북한의 핵무기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북핵 문제는 우리의 중차대한 안보 문제다. 우리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이 없으면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한·미 동맹이 흔들리면 우리의 대북 협상력이 약해지고, 북한도 미국도 군사적 모험의 유혹을 더 많이 느끼게 될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로도, 재래식 무기로도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방북 대표단에 약속했다고 한다. 이 말을 곧이 믿을 한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북한 비핵화의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굳건한 한·미 동맹과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바탕으로 최대의 압박과 비핵화 원칙을 고수할 때에만 북핵 폐기를 위한 한 가닥 희망이라도 싹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