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특사 교환’이라는 간접 대화를 통해 제3차 남북(南北) 정상회담에 ‘원칙적 합의’를 본 것으로 보인다. 5∼6일 평양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의 대북 특사 활동과 관련, 청와대 측은 6일 오전 “(김정은 면담에서) 결과가 있었고 실망스럽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내용은 귀환 뒤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수뇌 상봉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뜻을 전해 듣고 의견을 교환했으며, 만족한 합의를 봤다”면서 “이와 관련한 실무적 조치들을 취할 데 대한 강령적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측도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일정한 합의가 있었음을 밝혔다.

남북 양측 모두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아 전모(全貌)를 확인할 순 없지만, 정상회담과 남북 대화·교류의 확대, 북한 비핵화와 미·북 대화, 임박한 한·미 연합훈련 등 다양한 대화를 했을 것이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북남 사이의 다방면적인 대화와 접촉, 협력과 교류 활성화를 위한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인 핵(核)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동신문은 특사단의 김정은 면담 다음날인 6일 자에서 “핵 무력은 정의의 보검”이라면서 “미국은 핵 전략자산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핵전쟁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핵을 더 억세게 틀어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북한은 특사단이 거론한 내용 중 남북관계 진전에 대해서는 적극 나서면서도 핵무기 포기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공’은 다시 문 대통령에게 넘어온 셈이다. 문 대통령은 당초 김정은의 ‘조속한 평양 방문’ 요청에 대해 ‘여건 선행’과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며 정상회담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었다. 그런데 이번 특사 방북을 통해 정상회담 논의가 급속히 빨라질 가능성이 비친다. 또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은 물론 접경 지역에서의 심리전 중단 등도 거론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조기 정상회담 추진은, 미국 및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대남 관계 개선으로 돌파하겠다는 전술이다. 핵 폐기에 대한 확실한 담보,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가 전제되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어떤 ‘당근’ 제공도 없어야 한다. 섣부른 정상회담은 신기루를 쫓는 일이다.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북핵 협상 실패의 전철을 반복할 뿐이다. 문 정부가 그런 선택을 하면 동맹 균열과 남남 갈등을 자초하게 될 뿐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