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이 회복 불능 상태까지 떨어졌다. 신생아 규모는 2001년 55만4895명을 기록했다가 2002~2016년 40만 명대로 추락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35만 명대로 급락했다. 2001년에 비해 20만 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 같은 낙폭을 정부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통계청은 2016년 장래 인구 추계에서 신생아가 35만 명대로 떨어지는 시점을 2036년으로 예상했다. 무려 19년이 앞당겨진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민 등 외부에서의 인구 유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30만 명대에서 20만 명대 추락도 5~7년 안에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 추세라면 ‘한국인 멸종 시한’도 앞당겨질 공산이 크다. 2014년 국회 입법조사처는 한국인이 700여 년 후 멸종위기를 맞는다는 수학적 예측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에 담긴 한국인 멸종 시나리오는 합계출산율 1.19명을 유지할 경우 부산은 2413년, 서울은 2505년 마지막 아기의 탄생을 끝으로 2750년에는 한국인이 지구 상에서 사라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05명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한국인 멸종 시한도 훨씬 앞당겨야 할 판이다. 2750년 멸종의 전제였던 합계출산율 1.19명보다 11.8% 떨어졌기 때문이다.

저출산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로 이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 가능 인구는 2016년 3762만7000명을 정점으로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2065년에는 생산 가능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 못 미치는 2062만 명(47.9%)까지 줄어든다. 또 생산 가능 인구 중 주요 경제활동인구(25~49세)는 2015년 52.8%에서 2065년 49.3%로 감소한다. 노동시장 위축은 곧 경제규모 축소로 이어져 저성장을 고착화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합계출산율이 최고 2명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한 지역들을 심층 분석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2016년 전국 합계출산율이 1.17명을 기록할 때 부산 강서구는 1.92명, 세종시는 1.82명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일자리·거주·교육’ 여건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안정된 곳들이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직업·교육·거주 요인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라며 “출산율이 증가하는 도시들도 향후 아파트 공급 등 변수에 따라 출산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