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경제부총리와 商議회장 김동연(왼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용만(〃첫 번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납세자의 날’기념식에 참석,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산업계 ‘경쟁력 추락’ 지적

선진국은 ‘6개월~1년’ 단위
근로자 보호와 노동 유연성
함께 강화하며 경쟁력 키워

韓은 근로시간 단축에 매몰
수요 변동 크면 활용 어려워
기업들 활용률 6.1%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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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선진국들이 ‘1년 단위’의 탄력 근무제 시행으로 기업 경쟁력 저하를 최소화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2주 또는 3개월 단위’만을 고수해 앞으로 상당한 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산업계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선진국은 대부분 근로시간 단축과 탄력 근무제 확대 적용으로 ‘근로자 보호’와 ‘노동 유연성’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근로시간 단축에만 매몰된 채 ‘역주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당장 법 개정으로 오는 7월부터 차례로 근로시간을 주 52시간(평일 40시간 + 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해야 하는 데도, 국회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탄력 근무제 확대’ 등 노동 유연성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뒷전으로 미루고만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독일·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대부분 법정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6개월∼1년 단위’의 탄력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단체협약에 규정을 정하기만 하면 해당 단위 기간의 총 근로시간이 법정 기준의 총합을 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주당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U는 탄력 근무제 적용 단위 기간을 4개월 이내로 하되, 단체협약 시 1년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해 두고 있다. 독일은 이 지침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탄력 근무제 단위 기간을 6개월(또는 24주)로 하되, 단체협약 시 1년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스웨덴·오스트리아 등 역시 탄력 근무제 단위 기간을 1년까지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1주, 1개월, 1년 단위의 탄력 근무제를 시행토록 하고 있으며, 미국은 단체협약에 근거한 26주 또는 52주 단위의 탄력 근무제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업무 특성(전문직·외근영업직 등 5대 분야)과 소득 수준을 고려해 아예 법정 근로시간 적용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직된 탄력 근무제 도입으로 활용률 자체가 매우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현행 2주 또는 3개월 단위 제도로는 불·호황, 성·비수기, 계절성 등에 따라 수요 변동이 큰 사업의 경우에는 활용 자체가 어려운 한계가 있다”면서 “국내에는 1997년 탄력 근무제가 도입됐으나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활용률은 6.1%(2013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1년 단위의 탄력 근무제를 업종별 특성에 따라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더불어민주당과의 정책 간담회에서 “(스마트폰 등의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3∼6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연구·개발을 해야 하는 업종 특성을 고려해) 최대 3개월까지 허용하는 탄력적 근로 시간제를 1년으로 확대해달라”고 건의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