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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트럼프와 통화하기보다
北의도 공동분석작업 등 선행

문재인(얼굴) 대통령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이후 다시 ‘신중 모드’에 돌입했다. 지난해 8월 미국과 북한의 ‘말 폭탄’ 정국,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직후 미·북 회담의 무산 등 민감한 정국이 오면 말을 최대한 아끼는 모습을 다시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3·1절에도 남북관계와 관련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북측 인사들과 계속 접촉하면서 대화에 조금씩 진전은 있다”며 “아직 풀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뭔가를 공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정중동’이라고 설명했다. 27일 하루 휴가를 내고 향후 미·북 대화 중재 방안을 집중적으로 구상하는 등 남북 문제에 국정의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공개되는 것은 최소화하고 있다. 과감한 행보를 통해 추진력을 보이기보다는 돌다리도 두들겨 가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항을 최소화하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조속한 한·미 정상 간 통화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북한의 의도 등에 대한 한·미 간의 공동 분석 작업이 끝난 후에 정상 간의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지금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면 미국이나 북한에서 불편한 기색을 보일 여지가 있고, 자칫 남남갈등도 다시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미 간의 의견 교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되고 있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도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제안 등은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1절 본연의 내용을 가지고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다”며 “지난해 있었던 촛불혁명 등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3·1절에 이은 임시정부 수립의 역사적 의의, 일본의 역사적 책임 등을 부각하고 3·1운동 정신에 대해서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