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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경제평론가 前 자유경제원장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올해 예산을 집행한 지 2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추가경정예산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추경(追更)예산은 정례적인 국회 절차를 통한 예산으로,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다. 그러나 정부는 항상 더 많은 예산을 챙기려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국민에게 돈을 뿌린 만큼, 정치적 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재정법에선 전쟁, 대량실업, 대내외 여건 변화에만 추경 편성이 가능토록 명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로 최악의 상태로 감에 따라, 20조 원 이상의 슈퍼 추경을 통해 화끈하게 청년 일자리를 만들려는 의도 같다. 그러나 그 전에 추경이란 정책 수단으로 청년 일자리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에서 20조 원 이상의 돈을 뿌려 일자리를 만들 수는 있지만, 이는 경제적 의미의 일자리가 아니다.

경제적 일자리는 부가가치(附加價値)가 창출돼야 가능하다. 그래서 민간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효과적인 경제적 실체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통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다. 반면 정부에서 만드는 일자리는 외형적으론 일자리 형태를 띠지만, 새로운 부가가치를 통한 일자리가 아니다. 단지 국민 세금이 일자리 형태로 청년들에게 이전되는 재원일 뿐이다. 그래서 정부 차원의 일자리는 부가가치 창출이 없는 일자리이므로, 그냥 복지정책이다.

대규모 추경정책은 국가 경제에 또 다른 해악(害惡)을 끼친다. 추경을 통한 복지 일자리는 민간경제의 활력을 더 떨어뜨린다. 즉, 복지 일자리는 민간이 자발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기업 활동을 외려 퇴출시킨다. 예를 들면, 정부에서 체육관을 많이 만들수록, 민간의 자발적인 체육 산업 발전은 억제되고 도태된다. 그래서 정부의 지출 확대는 일자리 창출 역할도 못 하면서, 민간의 산업 발달을 억제하는 이중의 역효과를 유발한다.

정부에서 벌써부터 추경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6·13 지방선거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모든 정치인은 정치적 지지를 위해선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권을 잡은 측은 가능하면 많은 정부 재원을 국민에게 뿌리려고 한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도 추경은 항상 단골 정책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정치 인기를 얻기 위한 추경 집행은 국가 경제적으로 해악이다. 그런데도 좌우 모든 정부가 추경을 남발하는 것은 우리의 정치가 국가 경제를 생각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 정치 구조를 ‘정치 실패’라고 규정할 수 있다.

6월의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추경예산은 곧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정부가 정치 지지만을 위해 국가 경제를 훼손하는 정치 실패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추경예산을 막을 순 없다. 그러나 이에 따른 해악은 미리 알아야 한다. 슈퍼 추경을 통해 청년의 일자리 대책을 말하지만, 일시적으로 만들어지고 지속성이 없는 일자리이기에 어쩌면 6월에 있을 선거용으론 최선의 전략일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20조 원 이상의 국가 재원이 낭비되고, 청년은 일자리란 허상만을 몇 개월 즐길 뿐, 더 처참한 실업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추경예산을 통한 복지 일자리로 인해 민간의 경제 활성화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