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 운동’이 법조·문화·종교·대학 등으로 확산되면서 각 분야에서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인사’들의 성(性)범죄 행태가 일각이나마 드러나고 있다. 최근 용기 있는 폭로로 공개된 사례만 보더라도 앞에선 정의를 외치고 뒤에선 추악한 짓을 저지른 행태가 참담하다. 특히 인권운동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 진보적 시사만화가 등 ‘자칭 진보’ 인사들까지 포함돼 더 충격적이다. 사태가 확산되자 문재인 대통령도 26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는 첫 공식 입장을 내놓고 사법 당국에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이 미투 운동 지지를 공개 표명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그 동안 여성가족부나 진보적 여성단체 등의 소극적 대응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보 진영 일각에서 문재인 정권 흔들기라는 음모론이 제기되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가해자 중 연극 연출가 이윤택 씨 등 문 대통령 지지 인사들이 포함되자 ‘나꼼수’ 출신의 김어준 씨는 “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키는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언”이라는 단서를 달았더라도 보편적 여성 인권 문제를 피해자 입장이 아니라 진영 논리로 접근하는 궤변이다. 그런데도 일부 여권 인사들이 김 씨 발언을 옹호하고 있으니 더 어이없다.

진보 진영이 이런 오해에서 벗어나 진정성을 보이려면 청와대부터 위선(僞善)에서 탈피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여성가족부 장관까지 나서 경질을 촉구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거취부터 정리하는 게 순서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직접 성적 폭력이 가해진 것과 출판물 표현이 부적절한 것은 구분돼야 한다”고 감쌌지만 책은 훨씬 전파성이 강하고 내용도 엽기적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계속 대통령을 보좌할 순 없다. 권력 핵심부터 앞장설 때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를 한단계 진보시키는 데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