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대통령 “적극 수사” 지시로 ‘無관용’ 사법처리 탄력

檢 진상조사단, 피의자로 입건
검사 시절 후배들 性추행 혐의

警, 유명인 19명 의혹 수사중
고양지원 판사 性희롱 계기로
法院노조, 전국적 조사 논의중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후배 검사 등 여러 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다음 주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경찰은 유명인 19명의 성폭력 혐의를 전국의 지방경찰청·경찰서를 통해 전방위로 확인하면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지지하며 “사법 당국이 적극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힌 데 발맞춰 검경이 ‘성폭력 수사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검찰 조사단은 검사 재직 시절 후배 검사 등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 A 전 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다음 주 조사단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동부지검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은 미국에 체류 중인 그가 자진 입국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현재 ‘입국 시 통보’ 조치를 했다. A 전 검사는 2015년 한 회식자리에서 술에 취한 후배 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단은 이 사건 이외에도 A 전 검사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진술 여러 건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조사단은 또 서지현(45·사법연수원 33기)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는 안태근(52·연수원 20기) 전 검사장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안 전 검사장은 전날 검찰에 소환돼 14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이날 새벽 귀가했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2015년 8월 서 검사를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냈는지 집중 살펴보고 있다. 조사단은 2∼3일 더 안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검토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예술계의 미투 운동을 수사 중인 경찰은 우선 청주대 연극학과 조교수였던 배우 조민기 씨와 극단 번작이 대표 조증윤 씨, 천주교 인권위원회 간부 김모 씨에 대해 공식 수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배우 조재현·오달수 씨, 연출가 이윤택·오태석 씨, 시인 고은 씨 등 나머지 16명은 공소시효 만료 여부 등을 따져 피해자 주장대로 성범죄 가해자가 맞는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법원에서도 판사들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돼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가 전수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법원 공무원 노동조합이 지난주 고양지원 소속 사무직원 160명을 상대로 성희롱 및 성추행 피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95명 중 14명이 “직접 피해를 봤다”거나 “피해 사례를 목격 또는 전해 들었다”고 답변했다. 법원노조는 지난 22일 고양지원의 설문 조사 결과를 법원 내부망에 게시했다. 법원노조는 이날 회의를 열고 성희롱·성추행 피해 조사를 전체 법원으로 확대할지 논의했다.

손기은·최준영·정철순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