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 연출가들의 성폭력 파문으로 홍역을 치른 국공립예술단체의 성범죄 방지 시스템 구축이 뒤늦게나마 속도를 내고 있다. 연극계 성폭력 의혹의 중심에 선 연출가 이윤택 씨, 오태석 씨 등이 거쳐 간 국립극단에 이어 서울예술단과 국립극장도 추가 조치를 논의 중이다.

이 씨가 2007년 대표감독으로 재직했던 서울예술단 측은 “먼저 표준계약서에 작품 활동 시 성희롱·성추행을 포함한 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가해자에 대한 계약 해지 조항을 명문화하기로 했으며, 당사자에 대한 징계도 해임·파면 등으로 대폭 강화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에 직원고충상담원이 있지만 피해자가 사실을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온라인 창구도 마련할 계획이고,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한 차례씩 있는 성폭력 방지 계획을 강화할 수 있는 여러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속단체 위주로 운영되는 국립극장은 “최근 공연계를 뒤흔든 일련의 사태를 보며 단원 및 직원들에 대한 정기 성범죄 예방교육 외에 외부 강사의 참여를 통한 추가 교육이 가능한지 등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극장은 김석만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26일 제기된 과거 성추행 의혹 후 최종 검토 대상에 올랐던 국립극장장 후보에서 낙마함에 따라 또다시 수장 공석 사태를 맞게 됐다. 앞서 이 씨의 성추행 사건과 배우 이명행 씨의 성추행 사건 등에 연루된 국립극단은 “연극계 성폭력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며 관련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24일 뒤늦은 반성문을 냈다. 극단은 이날 성명에서 △계약서 내 성폭력 관련 조항을 보완하기 위한 법률 자문 △성폭력 관련 지침 마련과 정기적인 교육 등을 약속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