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이슈 전쟁서 주도권 뺏겨
양당 모두 지지율 하락 딜레마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체가 찬반 양론으로 극명하게 대립하면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 제3지대 정당들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김 통전부장 방남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과 노선을 같이하면서도 장외집회 등에는 동참하지 않는 등 공세 수위를 조절하면서 이슈 파이팅의 주도권에서 밀려난 상태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26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많은 국민에게 분노를 자아내게 했던 김영철이 올림픽 폐막식에 북한 대표단으로 축하를 보낸다는 건 어불성설의 상황”이라면서도 장외 투쟁 중인 한국당을 향해서는 “(김영철) 방문이 이뤄진 이상 사죄와 사과를 요구하는 역할로 전환하고 국회로 돌아와 진지한 토론의 장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미·북 대화의 용의를 듣기 위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천안함 전범을 마주했다”며 “이런 안이하고 한심한 생각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불안하고 위험하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전날 당 지도부가 대전 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용사의 묘역을 참배하고 고 민평기 상사 모친 윤청자 여사를 방문했지만 이슈 몰이에 실패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민평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사실상 한목소리를 내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민주당 2중대를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배숙 민평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김영철 통전부장이 문 대통령과 대화에서 미·북 대화의 용의를 내비친 건 엄청난 진전이자 천재일우의 기회”라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전향적 사고와 동참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한국당의 통일대교 점거 농성을 ‘색깔론 작태’로 규정하고 민주당과 공동 전선을 형성한 데 이어 미·북 대화 이슈에서도 여권과 한목소리로 환영 입장을 되풀이했다.

범보수 대 범진보의 양극화 현상에 따른 바른미래당과 민평당의 딜레마는 최근 두 당의 낮은 정당 지지율에서도 드러난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19∼23일 전국 성인 251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49.3%, 19.3%를 기록한 가운데 바른미래당과 민평당은 각각 전주 대비 3.4%포인트, 0.4%포인트 하락한 7.1%, 3.0%로 집계됐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