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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섭 강원대 교수 윤리교육

우려와 기대로 시작된 평창동계올림픽은 숱한 화제를 남기면서 이제 폐막식을 이틀 앞두고 있다. 과연 우리가 세계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을 잘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를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과,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시시때때로 흘러나오는 불협화음 및 혼미한 정치 상황으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염려스러웠다.

또 다른 우려는,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시작된 북한의 정치 공세였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자신의 선전 무대로 만들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서슴지 않았다. 북핵을 굳히고 ‘민족끼리’를 앞세워 남남갈등 조장과 한·미 동맹의 균열을 노리는 북한의 속셈을 알면서도 그들을 내칠 수 없었던 우리 정부의 딱한 처지를 보면서 많은 국민은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속으로 삼켜야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우려는 개막 이후 말끔하게 사라졌다. 몇몇 정치인의 순수하지 못한 의도나 기획이 아니라, 관객의 자유로운 발랄함과 수많은 사람이 만들어낸 놀라운 창의성이 올림픽을 주도했다. 우리의 전통과 현대, 상상력과 기술력, 진취적 도전 정신과 감당하기 어려운 강도 높은 훈련을 감내하면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 선수들의 ‘위대한 여정’은 우리에게 무한한 감동을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귀화한 선수와 외국인 지도자도 많았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승리 뒤에 숨은, 땀과 노력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초인 정신, 도전 자체를 즐기는 순수함을 보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참가한 모든 선수가 승자였다.

우리는 평창의 아름다움이 철저한 준비와 질서 속에서 이뤄졌음을 안다. 승자를 가리는 질서는 철저하게 미리 정해져 있고, 질서는 공정성을 담보하면서 움직였다. 질서의 수호자인 심판들은 한 치의 반칙도 허용하지 않았다. 승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공정하게 판정됐다.

이번 평창올림픽은 안보위기와 경기침체로 가위눌린 우리 국민에게 지루한 장마 뒤에 찾아온 무지개처럼 다가왔다. 그 평창올림픽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우리의 미래 세대들이 무엇을 중시하고 어떤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지를 기성세대는 알게 됐다.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공감을 얻는지도 알게 됐다. 빛나는 성과 뒤에는 얼음보다도 차고 단단한 결의와 집중이 있었다는 것을, 탁월한 기록 뒤에는 눈보다 순결한 열정과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선수들이 보여준 감동 뒤에는 보이지 않는 지도자의 헌신과 집념이 있었다는 것을, 금·은·동 메달의 영광 뒤에는 수많은 무명의 선수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빛나는 성과는 피나는 훈련의 결과지만, 피나는 훈련이 모든 선수에게 메달의 영광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제 우리는 이틀 뒤인 오는 25일 평창올림픽의 막이 내리면 그동안의 벅찬 감동을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번 평창올림픽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안목과 기대를 한껏 높여 놓았다. 정치권은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이번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감동한 국민이 가슴 속에 무엇을 키웠는지를 알아야 한다. 출발은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가 정의로운 세상에 살고 싶어 하는 국민의 여망에 대답해야 한다.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것 같은 복잡한 세계 속에서도 정해진 좌표에 따라 지금 우리 사회가 어디를 향해 어떻게 가고 있는지를 정치권은 국민에게 확신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