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김영철 오지마” 김성태(앞줄 왼쪽 여섯 번째)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2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의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김영철發’ 정국 경색

한국당 “모든수단 동원해 저지
金긴급체포 등 절차 따져봐야”

민주당“새누리땐 金환영 논평
반대하려면 그때 했었야” 반박

운영위·법사위서‘2차 공방전’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을 앞두고 원내 1·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23일 정면 충돌하면서 정국이 급속히 경색되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지도부 회의와 상임위원회에서 김 통전부장 방남 수용을 강력히 비판하고 청와대 앞까지 진출해 장외 기자회견을 여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인 반면 여당은 ‘한국당이 평창동계올림픽 훼방에 여념이 없다’며 역공세에 나섰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의원 50여 명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김 통전부장 방남을 반대하는 장외 시위를 열었다.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철회하라’는 현수막을 든 한국당 의원들은 ‘김영철 처단’ ‘문재인 정부 규탄’ ‘조명균 통일부 장관 사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성명을 발표했다. 김 원내대표는 “모든 행위를 다 동원해서라도 김영철의 방한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공세 중단을 촉구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안보 무능 세력에 불과한 한국당은 자기 나라 잔치에 재 뿌리는 행동을 즉각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발언 도중 2014년 10월 김 통전부장이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 나섰을 당시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환영 논평을 냈던 사진 자료를 꺼내 들며 “한국당이 지금처럼 비판하려면 그때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양당의 치열한 공방 2차전은 곧이어 상임위에서 펼쳐졌다. 운영위원회에서 윤재옥 한국당 간사는 “법안 처리를 위해 운영위를 개의했지만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한 주범과 관련해 긴급 질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민주당 간사는 즉각 “안건 처리까지만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운영위원장인 김 원내대표가 한국당 의견을 받아들여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오후 4시 출석’을 요구하면서 정회를 선포하자, 여당 의원들은 “말이 되는 걸 요구해야지” “국정농단 못하니까 상임위 농단하는 거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제사법위원회도 파행이 연출됐다. 한국당 소속 권성동 위원장은 긴급 소집한 이날 회의를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피격사건(사망 46명, 부상 6명) 주범 김영철에 대한 수사를 위한 회의’로 명명하면서 “천안함과 연평도에서 장병들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죄의 주범이 우리 땅을 밟기 때문에 긴급 체포 등 어떤 절차를 밟을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야당의 일방적 소집이라고 반발하며 간사인 금태섭 의원만 출석해 “여당이 동의하지 않았는데 회의를 연 것은 유감”이라고 말하고 퇴장했다.

김동하·이은지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