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가을 코엑스 박람회장에서 열렸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현장. 아트페어는 초보 컬렉터들이 부담 없이 작품을 감상하며 구입도 할 수 있는 미술 장터다. 한국화랑협회 제공

- 전문가에게 듣는 초보 컬렉터를 위한 조언

투자 집착 성급한 구입은 금물
설치할 곳·예산범위 먼저 점검
작가 약력 미리 읽어보면 도움

19세기 말 ~ 1970년대 한국화
작품 수준 비해 상대적 저평가
잘 고르면 높은 가치상승 기대

처음엔 비싼 작품 탐내지 말고
판화·사진 등으로 안목 길러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열리고 있는 코엑스 박람회장. 5000여 점의 미술품이 200개 가까운 부스별로 전시돼 대형 홀을 가득 채워놓고 있다. 부스마다 회화, 조각, 판화 등 전시품도 다양하다. 가격대도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 수억 원까지 호가하는 미술 작품도 넘쳐난다. 그러나 초보 컬렉터에게는 말 그대로 모두 ‘그림의 떡’이다. 구입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어떤 작품을 사야 할지 그림에 대한 안목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작이 어렵지 누구나 컬렉터가 될 수 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투자해 좋아하는 그림을 사 모으며 수익까지 거둘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아름다운 투자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미술 유통 시장의 현장 전문가들에게 초보 컬렉터를 위한 조언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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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투자 개념에 너무 집착해 성급하게 작품을 구입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매년 봄가을에 화랑미술제와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등 국내 최대의 아트페어를 개최하는 한국화랑협회의 이화익 회장은 “투자 개념의 작품보다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최선이고, 여운이 오래 남아 자꾸 생각나는 작품이 바로 자신과 맞는 좋은 작품”이라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또 “젊은 작가의 작품을 눈여겨보라”며 “젊은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것은 미래 젊은이들에 대한 투자이자 격려”라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김선영 대표는 ‘내가 작품을 산다면 어디에다 걸 것인지’ ‘예산의 가용 범위’ 두 가지는 반드시 사전에 체크하기를 권했다. 김 대표는 “작품은 공산품과 달라 그 작품이 다른 사람에게 판매된다면 같은 작가라 할지라도 내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이 언제 다시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며 “미리 내가 작품을 설치할 공간과 예산을 정한다면, 원하는 작품을 놓치지 않고 컬렉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원하는 작품을 발견했다면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해왔는지, 그리고 계속 작품 활동을 할 작가인지, 경력만 지나치게 화려한 건 아닌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라도 작가의 약력을 꼭 읽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법무법인 로플렉스에서 지식재산권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며 본인이 미술품 컬렉터이기도 한 구본진 변호사는 “투자 수익을 생각하는 초보 투자자라면 작품이 좋아 보인다고 덥석 구입하면 안 된다”며 “작가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고 어떤 작품이 대표적이고 가치가 있는지 알아본 다음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위작 구입을 예방하려면 해당 작가의 작품 중에서 작품성을 인정받는 작품을 사야 한다고 제안했다. 좋은 작품들에 대해선 위작 시비가 안 일어난다는 것이 구 변호사의 주장이다.

구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저평가된 작품의 정보도 제공했다. 그에 따르면 가장 저평가된 작품으로는 19세기 말부터 1970년대까지의 한국화를 들 수 있다. 서세옥, 장우성, 박노수, 이응노의 작품은 100만∼20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는 것이 많은데 작품 수준에 비해 가격이 매우 낮다는 것. 또 최영림, 남관 등 대가들의 드로잉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으며 잘 고르기만 하면 높은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아트페어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전시 기획 전문가로도 활동 중인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작품 고르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10만 원이건 100만 원이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직접 사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품 수집은 자신의 기호를 찾고 집 안 혹은 사무실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 아주 제격이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충동구매는 오히려 독이 된다”며 “처음부터 빚을 내서 산다면 ‘본전’ 생각에 그림을 ‘상품’으로만 보게 되는 일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으로 미술평론가로 활동 중인 정준모 씨는 “전시작 수천 점을 다 둘러보기란 시간적으로, 또 체력적으로 버거운 도전인 만큼 일단 입구에서 전시 안내용 소책자를 확보한 뒤, 관심 있는 화랑(대관보다 지속적으로 기획전을 여는 지명도 있는 화랑부터 챙겨보는 것이 유리)을 체크해 동선을 정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정 평론가는 “갤러리스트에게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이어서 정 평론가는 “처음부터 고가의 원화 작품에 매달리지 말고, 판화나 사진부터 시작하며 미술 시장에 대한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또 그는 “미술품을 처음 접할 때 유화에 관심을 갖고 덤비기보다는 유명 작가의 드로잉에 관심을 갖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컬렉터들이 작품성 있는 드로잉을 탐낸 지 오래다. 작가의 개성이 살아 있는 드로잉이 질 낮은 유화보다 오히려 소장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