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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경제학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더욱더 가시화하고 있다.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반도체 특허침해 조사, 철강 관세 53% 부과 방안 발표, 그리고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등 꼬리를 물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2030년쯤엔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방위 통상외교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니 하는 단어가 약방의 감초처럼 나온다. 나라가 작아서 어쩔 수 없다는 자조 섞인 한숨도 들린다. 세계 7대 무역국이며, 1인당 소득도 3만 달러에 이른다. 세계 순위로는 30위다. 하지만 인구 5000만 이상의 국가 가운데서는 세계 7위의 국가다. 작은 나라가 아니다. 그런 만큼 우리 경제가 독립해야 한다.

우선, 경제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정치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진정한 국익을 위한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 국내 정세 판도로 볼 때 실천력도 갖고 있다. 집권 이후 경제 상황도 나쁘지 않다. 행운이다. 따라서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많은 선제적인 정책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정부·기업·학교 등 전 분야의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조직 문화는 대체로 ‘모방-관리-기획’의 단계로 진화한다. 아직도 거의 전 분야에서 모방의 완성 단계에 그치고 있다. 조금 낫다고 해 봐야, 관리 단계에 진입한 것뿐이다. 기획의 영역으로 간다면 거의 전멸이다. 선례를 찾다가 해 보지도 못하고 벽에 부닥치기 일쑤다.

또한, 구조조정을 위한 올바른 방향이 중요하다. 조선, 심지어 자동차 등의 분야까지도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다만,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처럼 밀어붙이기식의 구조조정도 있다. 또 하나는, 길게 보고 대체산업 분야에 국가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일부 사양 산업은 그대로 방기하는 것이다. 중국이 택한 방식이다.

1978년 개혁·개방에 나섰을 때 가장 큰 걸림돌이 국유기업이었다. 80% 이상의 비중을 가진 데다, 사장의 상당수가 장관과 맞먹는 권력도 갖고 있었다. 노회한 정책 당국자는 대부분의 국유기업은 현상 유지만 시켰다. 대신에 훨씬 융통성이 있는 새로운 영역과 민간기업을 국가적으로 더욱더 키워주는 길을 택했다. 40년이 지난 현재, 국유기업의 비중은 30% 이하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전자업계가 지난 30년간 100배 이상 성장한 데 비해, 건설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정책 시야도 비행시간 5∼6시간 전후의 역내 경제까지로 돌리자. 결국, 우리의 살길은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 마침 문 정부도 북방정책과 함께 남방정책을 주창하고 있다. 중국도 어렵게만 볼 게 아니라, 집합적인 중지를 모아서 도전해야 한다. 아베의 일본도 마찬가지다. 다행인 것은 역내에 아세안(ASEAN) 지역이 있다. 베트남 등 아세안 지역에는 상당수의 국비 장학생 출신 현지 인재를 축적해 오고 있다. 이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현지 시장을 열게 하고 우리 경제와 연결시키는 구도를 엮어내야 한다. 정부 예산을 배정, 각 대학에 아세안 대학들과 훨씬 깊게 연계시키는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한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해내기 때문이다.

정부 어딘가는 열려 있어야 정책이 선제적일 수 있다. 그러려면 정부와 대통령이 훨씬 더 냉철해져야 한다. 서서히 다가오는 ‘한국병(病)’을 깰 수 있는 것만이 진정한 경제적 독립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