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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줘요, 뽀빠이.” 올리브가 외치면 뽀빠이는 시금치 통조림 한 통을 입에 털어 넣는다. 순간 팔뚝에 알통이 불끈불끈 생기면서 브루투스 등 악당을 때려눕힌다. 미국 정부가 시금치를 싫어하는 어린이에게 시금치를 많이 먹게 하려고 일부러 스토리텔링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농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최근 시금치를 연근·한라봉·딸기와 함께 2월의 웰빙 식품으로 선정했다. 겨울 시금치는 김장 김치와 더불어 우리 조상에게 긴 겨울에 비타민·미네랄을 제공한 고마운 식품이었다. 푸른 잎채소로는 드물게 시금치는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가 제철이다. 내한성(耐寒性)이 강해서다. 겨울 시금치는 추위·눈보라를 맞고 자라 향이 강하고 당도가 높다. 원산지는 고대 페르시아(이란)다.

시금치는 완전식품에 가까울 만큼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 비타민 A·C·E·K·엽산(비타민 B군의 일종) 등 비타민과 칼륨·칼슘·셀레늄 등 미네랄이 많다. 혈관 건강에 이로운 오메가-3 지방도 들어 있다. 특히 빈혈 예방 성분인 철분은 100g당 2.5~3.7㎎이나 들어 있다. 과거엔 시금치에 철분이 이보다 10배나 더 많이 함유된 것으로 오인했다. 독일의 분석학자가 1870년 시금치의 철분 함량을 계산하면서 소수점 하나를 잘못 찍는 실수를 했고 이 오류는 1930년에야 밝혀졌다. 아무튼 시금치는 빈혈 등 혈액과 관련이 깊은 채소다. 중국의 고의서인 ‘본초강목’엔 시금치가 ‘혈맥(血脈)을 통하게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동의보감’엔 ‘시근채(是根菜, 시금치)가 혈액을 생성하고 코피 등 출혈을 막는다’고 기술돼 있다. 시금치에 든 비타민 K는 혈액을 응고시킨다. 1차 대전 때는 부상한 프랑스 병사에게 시금치 주스를 넣은 와인을 마시도록 했다.

‘동의보감’엔 또 ‘눈을 맑게 하고 눈 질환·변비 치유에 유용한 채소’라고 쓰여 있다. 허준 선생이 400년 전에 요즘 의학·영양학 교과서를 독파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정확한 멘트다. 실제로 시금치는 ‘눈의 주름’으로 통하는 백내장, 노인 실명(失明)의 첫 번째 원인인 황반변성 예방을 돕는다. 눈을 보호하는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A·베타카로틴·루테인·제아크산틴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시금치의 눈 건강 성분 ‘4인방’은 모두 지용성이다. 시금치를 기름에 살짝 볶거나 참깨를 뿌려 먹는 것이 좋은 것은 그래서다. 시금치엔 변비를 예방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시금치는 제례 때 신위 앞에 올리는 삼색나물 중 청채이자 숙채(熟菜)였다. 조선 시대엔 생으로 먹는 나물을 생채(生菜), 익혀서 먹는 나물을 숙채라 했다. 생채는 대개 겨자장과 초(醋)를 더해 버무려 먹었지만 숙채는 간장·참기름·생강·후추·소금으로 양념해 먹었다.

요즘은 시금치를 가능한 한 생채로 섭취할 것을 권한다. 가열 조리하면 비타민 C의 30% 이상이 손실되기 때문이다. 데치면 시금치의 떫은맛 성분인 수산이 대부분 제거된다. 다만 데칠 때 시금치의 서너 배에 달하는 물에 소금을 넣은 뒤 뚜껑을 열고 데쳐야 고유의 초록색(엽록소)이 유지된다. 슈퍼 푸드 시금치에도 약점은 있다. 떫은맛 성분인 수산이 그중 하나다. 수산은 몸 안에서 칼슘·철분과 결합해 두 미네랄의 체내 흡수를 방해한다. 칼슘·철분 보충제를 복용 중인 사람에게 시금치의 과다 섭취를 삼가라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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