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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자원봉사 진종오 선수

“안내 뒤 고마워하면 기쁨 두 배”
“관중으로 마음껏 즐기는중
봉사자에도 응원 보내주길”

“권총을 쏠 때는 피 말리는 승부의 세계에 있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관객들과 함께 더 신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 4개에 빛나는 ‘사격의 신’ 진종오(39·KT·사진)가 국가대표 유니폼이 아닌 자원봉사자 옷을 입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했다. 진종오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으로 ‘스페셜 1일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그는 1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관중의 입장에서 보게 되니 ‘내 가족과 팬들도 이런 마음으로 응원했겠구나’ 하는 걸 알게 되면서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며 “선수일 때는 내 경기에만 집중했는데, 자원봉사를 하면서 경기를 보니 심장이 뭉클하기도 하고 쫄깃해지기도 하면서 올림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날 강원 강릉시 관동 아이스하키센터에서 관중들을 안내한 진종오는 올림픽의 ‘얼굴’ 중 하나인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또 다른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은 물론 한국인들도 올림픽 경기장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으로 더 친절하고 열심히 안내했다”며 “2004 아테네올림픽부터 선수로 참가해 온 경험이 있으니까, 나름대로 관중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전 세계에서 관객들이 참여하는 축제다 보니, 진종오는 자원봉사를 하며 제일 힘든 게 ‘언어의 장벽’이라고 ‘고백’했다. 진종오는 “외국인이 영어를 잘 못 하는 경우도 있고, 하더라도 악센트가 달라 알아듣기 어려웠다”며 “손짓 발짓을 다 동원해 안내해야 할 때도 있었지만, 힘들었던 만큼 그분들이 이해하고 고마움을 표현할 때 기쁨도 두 배가 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몸이 아픈 관객을 신속히 메디컬센터로 안내했을 때 제일 보람이 컸다고 전했다. 진종오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쯤 돼 보이는 여학생이었는데, 속이 좋지 않다며 약을 달라고 했다”며 “즐겁게 관전하러 왔다가 아파서 속상했을 텐데, 그런 친구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다”고 자랑했다.

진종오는 더 오랫동안 자원봉사를 하고 싶었지만, 다음 달 세계선수권대회와 오는 8월 개막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 준비를 위해 하루 봉사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교육도 받고 실제 봉사활동에 직접 참가하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기 때문에, 짧게 끝난 게 너무 아쉽다”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진종오는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뒤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응원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강릉 = 윤명진·조재연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