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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 공부 뒷바라지에 中 중퇴
“여성 고등교육 받아야 국가 발전”

“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못 배운 한을 젊은 세대를 통해 풀기 위해 기부하게 됐습니다.”

중학교를 중퇴한 80대 여성독지가가 여성 리더 육성에 힘써달라며 숙명여대(총장 강정애·사진 오른쪽)에 평생 모은 재산 10억 원을 쾌척했다. 안춘실(83·가운데) 씨는 1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성들이 고등교육을 잘 받아야 국가와 사회가 발전한다”고 기부 동기를 밝혔다.

1935년 평양에서 태어난 안 씨는 6·25전쟁이 발발한 뒤 1·4후퇴 때 부모·동생들과 함께 서울로 피란했다. 당시 평양에서 크게 장사를 하고 있던 안 씨 부모는 북한 인민군이 ‘보국대(報國隊)’를 운영하며 지주들을 숙청하고 약탈하는 상황을 피해 남으로 피신했다. 가까스로 목숨만 건진 채 서울에 정착한 안 씨 가족은 무일푼으로 새 출발을 해야 했다. 이 때문에 5남매 중 첫째인 안 씨는 중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서울에서 다시 장사를 시작한 부모를 밤낮으로 도왔다.

안 씨는 “내가 희생해서 동생들 공부를 뒷바라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동생들이 밤새워 공부할 때 나는 연탄불이 꺼지지 않도록 계속 부채질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안 씨 노력 덕분인지 둘째와 넷째 여동생은 숙명여대에 진학했다. 특히 넷째 안정혜(69·왼쪽) 씨는 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셋째 여동생은 중앙대, 막내 남동생도 고려대를 각각 졸업했다. 숙명여대는 안 씨의 뜻깊은 기부를 기리고자 숙명여대 박물관 로비를 ‘안춘실·안정혜 라운지’로 명명하기로 했다. 숙명여대는 지난달 30일 안 씨 자매를 학교로 초청해 안 씨에게 명예문학사 학위를 수여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