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초솔로사회 / 아라카와 가즈히사 지음, 조승미 옮김 / 마일스톤

다음은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추계. 2035년 일본. 남성 및 여성 각 3명 중 1명이 결혼하지 않는다. 배우자가 있는 비율은 남성이 55.7%, 여성은 49.3%에 불과하게 된다. 배우자가 있는 여성 비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건 처음이다. 연구소 추계내용을 간추려 보면, 일본은 20여 년 뒤에 인구 절반이 혼자 살게 된다는 것으로 나온다. 이미 2010년부터 일본은 1인 독신 가구가 기존의 표준 가구 수를 앞지른 ‘솔로 사회’였다. 결혼하는 사람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넘어, 급기야 결혼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일반화되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이런 사회를 두고 일본에서는 ‘초솔로 사회’라는 신조어로 부른다.

‘초솔로 사회’라는 단어를 처음 들고나온 게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일본 광고회사 하쿠호도(博報堂)에서 ‘솔로활동계 남자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연구팀장이다. 솔로들의 생활과 삶의 변화를 통해 생활패턴과 소비변화 등을 예측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미혼 혹은 비혼 시대가 도래한 원인을 진단하고 솔로 시대의 사회변화 등을 얘기하고 있다.

책에서 주목되는 건 비혼 시대 도래의 원인보다는 초솔로시대 이후 사회변화에 대한 대비와 조언이다. 저자가 지목하는 일본의 솔로 시대 도래 원인은 상식적이다. 거품경제의 붕괴로 연공서열이 무너지면서 남성들은 불투명한 앞날에 결혼을 회피했고, 배우자에게 생활을 의탁해왔던 여성은 남녀고용평등법 시행에 따라 스스로 경제적 기반을 갖추게 돼 더 이상 결혼을 당연한 일로 여기지 않게 됐다. 솔로 사회 도래에 대한 진단은 우리의 사정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저자는 초솔로시대 도래를 비판하지도, 그렇다고 독려하지도 않는다. 가치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는 쪽이다. 그럼에도 적잖은 미혼남녀들이 스스로 불우해하는 건 결혼에 대한 전통적 규범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저자는 일본인들이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전통적 결혼 규범에 동의하는 비율이 서구사회보다 높다며 이런 규범이 바로 미혼이나 비혼 사회구성원들에게 ‘불행하다’는 인식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책쓰기가 광고회사의 마케팅 전략 개발 차원의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니만큼, 미혼 남녀의 소비패턴의 변화 등에 대한 내용도 충실하다. 저자가 진단하는 초솔로 시대 미혼남녀의 소비기준은 ‘물건의 가치’가 아니라 ‘승인’이나 ‘성취감’이다. 소유가치가 아니라 체험가치로, 나아가서 정신가치로 물건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이런 소비패턴을 두고 저자는 ‘감정소비’라는 이름을 붙였다.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은 사회구성원들이 초솔로 사회의 도래를 받아들이되 새로운 가족제도를 포용력 있게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저자가 들고나오는 건 자신이 아이를 낳지 않더라도 사회 전체가 아이를 기르고 지원해주는 ‘확장가족’이란 개념이다. 가족이나 지역, 직장 등의 공동체가 힘을 잃어가면서 사회의 개인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 같은 개인화가 파편화가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다른 방식의 연대’로 발전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지연이나 혈연 등이 아니라 ‘공감하는 사고방식’ 혹은 ‘공통의 목적’ 등으로 연대하는 ‘확장가족’이 미래의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낼 것이란 주장이다. 316쪽, 1만5000원.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