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대화를 구걸한 적 없다
美의 난처한 처지 더 드러나”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등 미국 측 인사와 만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8일 조영삼 북한 외무성 국장이 북측 대표단과 펜스 미 부통령의 접촉 문제에 대한 미 당국자들의 발언과 관련해 “명백히 말하건대 우리는 남조선 방문 기간 미국 측과 만날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조 국장은 “우리 대표단이 남조선에 가는 것은 순수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에 참가해 그 성공적 개최를 축하하기 위해서일 뿐”이라며 “우리는 겨울철 올림픽과 같은 체육축전을 정치적 공간으로 이용하려 하지 않으며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은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6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펜스 부통령과 북한의 평창올림픽 기간 접촉 가능성에 대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이나 그 이후에 어떤 북한 관료와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발언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펜스 부통령도 평창올림픽 참석차 한국·일본 방문길에 오른 뒤 알래스카에 들른 자리에서 “북한 대표단에 어떠한 회동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언급한 바 있다.

조 국장은 조선중앙통신이 이 같은 미국 측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같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조 국장은 “미국은 푼수 없는 언동이 저들의 난처한 처지만 더욱 드러내게 된다는 것을 똑바로 알고 점잖게 처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북한이 이 같은 입장을 보임에 따라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대화를 복원하고 북·미 대화를 이끌어내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차질을 빚게 됐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