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벽, 스프레이·페인트칠로 훼손”

이미지 크게보기 이제석 디자이너가 제작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휴전벽 이미지. 이제석 디자이너 제공

제작한 이제석 작가 주장 파문

“한마디 상의 없이 맘대로 해
문구 바꾼 IOC 너무 권위적
조직위는 IOC 기침에도 놀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휴전벽이 5일 평창선수촌에서 공개됐다. 휴전벽은 올림픽 기간에 인류가 전쟁을 멈추고 대화와 화해를 통해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휴전 정신을 구체화하고자 2006 토리노올림픽부터 선수촌에 설치됐다. 그런데 평창동계올림픽 휴전벽을 제작한 이제석 (사진)디자이너가 “작품이 훼손됐다”고 주장,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디자이너는 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작가인) 내가 원하는 대로 작품(평창동계올림픽 휴전벽)이 완성되지 않았다”며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고 휴전벽을 스프레이와 페인트로 환칠했다”고 밝혔다. 이 디자이너는 “(작가이면서도 정작) 제막식에 초청받지 못하고 언론 보도를 통해 작품을 봤다”며 “휴전벽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덧붙였다.

5일 공개된 휴전벽엔 이미 여러 색상의 스탬프와 글 등이 무작위로 찍혀 있었다. 이 디자이너는 먼저 작품을 공개하고 스탬프와 글 등은 후에 추가할 계획이었다. 이 디자이너는 “원래 계획은 작품 공개 후 선수들과 주요 관계자들이 본인의 의사에 따라 휴전벽에 원하는 메시지를 쓰는 것이었고 이는 조직위와도 합의된 사항이었다”며 “하지만 조직위에서 환칠을 하는 바람에 본래의 뜻(기획 의도)이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디자이너에 따르면 휴전벽에 새겨진 문구는 ‘Build Bridges Not Walls(벽이 아닌 다리 만들기)’였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요구로 ‘Building Bridges(평화의 다리 만들기)’로 변경됐다. 이 디자이너는 “IOC가 이미 결정된 문구를 공개하기 전에 바꿔버렸다. IOC는 지나치게 권위적이다. 글씨 크기부터 서체까지 모두 IOC가 정하려고 했다. 조직위는 IOC가 기침만 살짝 해도 엎드렸다”고 지적했다.

조직위는 이와 관련, “스프레이, 스탬프는 모양과 색깔 모두 이제석 디자이너와 합의를 거쳤다”면서 “그러나 이 디자이너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휴전벽에 스프레이와 스탬프 사전 작업을 실사한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평창=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