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왼쪽부터)

■ 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종목별 ‘골인’ 기준

- 쇼트트랙
날이 빙판에 붙어 있어야 인정

- 스피드스케이팅
빙판에 날 떨어져도 상관없어

- 알파인스키
두 발이 모두 통과하면 이겨

- 크로스컨트리
부츠 한쪽이 먼저 결승선 터치

- 봅슬레이·스켈레톤
신체 또는 장비가 먼저 닿아야

- 측정 장비의 진화
모션센서, 장비·경기복에 부착
선수들 움직임 실시간으로 파악
모니터 통해 경기 상황 등 제공

1992 알베르빌동계올림픽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계주에서 한국 남자대표팀의 마지막 주자였던 김기훈(51)은 캐나다에 뒤졌지만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한쪽 발을 쭉 앞으로 내밀었다. 쇼트트랙은 한쪽 스케이트 날이 결승선에 닿는 순간을 골인 기준으로 삼기 때문. 김기훈이 ‘신기’를 발휘한 남자대표팀은 1위를 지키던 캐나다를 간발의 차이로 제치고 우승했다. 한국이 동계올림픽 단체전에서 거둔 첫 금메달이었기에 더욱 강한 인상을 남겼다.

1998 나가노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녀 1000m에서 김동성(38)과 전이경(42)이 ‘날밀기’ 기술을 재현, 정상에 올랐다. 날밀기는 쇼트트랙 최강국 한국의 트레이드마크가 됐고 지금은 모든 국가, 선수가 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동계스포츠 종목마다 날밀기와 같은 ‘비장의 무기’가 활용되고 있으며, 팽팽한 승부가 연출될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진기명기가 팬들의 눈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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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역시 스케이트 날의 앞부분이 결승선에 닿는 순간까지의 기록을 잰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인간의 눈이 아니라 ‘광전자’ 센서와 초당 1만 장의 사진을 찍어 0.00001초 단위로 판단할 수 있는 ‘포토피니시’ 시스템을 측정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쇼트트랙과는 약간 다르다. 쇼트트랙은 스케이트 날이 빙판에서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결승선을 통과해야 한다. 반면 스피드스케이팅은 날이 빙판과 떨어져 있어도 무방하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 한쪽 발을 빠르게 앞으로 들어서 미는 이유다. 발차기와 같은 동작이기에 ‘날차기’로 불린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관규 전 감독은 “날차기 훈련을 시켜 보니 0.03초 정도 기록을 단축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모태범(29·대한항공)과 이상화(29·스포츠토토)는 남녀 500m에서 날차기를 적극 활용, 동반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모태범), 두 번째 금메달(이상화)이었다.

국제스키연맹(FIS)의 골인 기준은 종목별로 다르다. 경기 방식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알파인스키의 경우 선수들의 발이 기준이 되며 두 발이 모두 피니시 게이트를 통과할 때까지의 기록을 측정한다. 역시 광전자 센서와 포토피니시로 통과 여부를 체크한다. 크로스컨트리스키 는 부츠가 기준이어서 알파인스키와 달리 부츠 한쪽이 결승선을 닿으면 된다. 그래서 크로스컨트리스키에선 쇼트트랙의 날밀기처럼 ‘스키밀기’ 동작이 연출된다.

프리스타일스키는 손이든 발이든 신체 일부분이 결승선을 통과하면 골인으로 인정한다. 스노보드는 보드, 또는 신체의 일부분이 결승선을 넘는 순간을 피니시 시점으로 본다. 단, 조건이 있다. 프리스타일스키, 스노보드는 결승선을 통과할 때 장비가 몸에서 떨어져선 안 된다. 시간이 아닌 거리를 측정하는 스키점프는 스키, 또는 신체가 가장 먼저 ‘낙하’한 곳을 착지 지점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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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는 100분의 1초 단위로 기록을 계측하며, 100분의 1초까지 똑같으면 사진 판독을 거치지 않고 ‘공동’ 순위로 인정한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에서 티나 마제(35·슬로바키아)와 도미니크 지신(33·스위스)이 나란히 1분41초57이었고 동계올림픽 스키 사상 처음으로 공동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고 시속이 150㎞ 안팎인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썰매 종목은 장비, 또는 신체 중 일부분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을 골인의 기준으로 삼는다. 적외선 센서가 장비나 신체의 일부분이 ‘도착’하는 순간을 감지한다. 그러나 썰매 종목에선 ‘밀기’ 기술을 구사하기가 어렵다. 발이든 손이든 앞으로 뻗게 되는 순간 중심을 잃을 수밖에 없고, 궤도에서 벗어나는 등 사고가 유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필요한 공기 저항을 유도하게 된다. 이세중 SBS 해설위원은 “썰매 종목에서 선수가 기록을 단축하겠다고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간 오히려 속도가 줄어들고 안전조차 보장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1000분의 1초, 1만 분의 1초를 단축하기 위해 선수들은 피땀을 흘리며 조금이라도 더 빨리 결승선에 닿기 위해 날밀기, 발차기 등 갖가지 ‘신공’을 동원한다. 이기기 위한 몸부림, 때론 우스꽝스러운 몸짓이 연출돼 관중, 시청자 등 팬들에겐 즐거움과 스릴을 함께 제공한다.

한편 측정 장비의 진화는 계속된다.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인 오메가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신기술을 도입한다. 신기술의 핵심은 ‘모션 센서’다. 봅슬레이 썰매 안쪽,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경기복 등에 부착되는 모션 센서는 속도는 물론 선수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선 300여 개의 모션 센서가 부착되고. 모션 센서를 관리할 인력으로 300명 이상이 투입된다. 봅슬레이 모션 센서는 썰매의 각도, 지나온 경로, 가속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해 트랙 어느 지점에서 속도를 얻고 잃었는지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아이스하키에서는 선수들의 속도는 물론 선수 간의 거리, 빙판에서 보낸 시간 등을 모션 센서가 확인한다. 스키점프에선 스키와 경기복에 모션 센서가 장착돼 점프에서 도약하는 순간의 속도, ‘인런’ 속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알린다. 점프가 시작되면 이륙과 착륙 속도, 그리고 비행 각도가 표시된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모션 센서가 제공하는 정보를 현장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역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시청자는 TV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를 보면서 입체감 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활용됐던 스케이팅의 ‘트랜스폰더’는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트랜스폰더는 선수들이 발목에 차는 초소형 무선 장치이며 정확한 기록 측정을 위해 실시간으로 신호를 보낸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레이스를 펼친 선수들의 기록을 비교할 수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