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전날 열릴 ‘북한 열병식’에 대한 미국 등 각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원내대표조차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만큼 국내외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의 평창올림픽에 대한 공식 브리핑 자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스티브 골드스타인 공공외교담당 차관은 31일 “안전하고 성공적인 올림픽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되풀이해 강조하면서도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한 만큼 올림픽 전날 열병식을 하지 않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회견 내용의 상당 부분이 안전 확보에 관한 것이고 열병식과 관련해서는 잠깐 거론됐지만 외신들은 헤드라인 등으로 강조했다. 로이터는 “미국이 열병식에 불만과 반대 입장을 표했다”, AP통신은 “미국이 열병식에 대한 우려에 공감하면서 북측에 올림픽 정신 존중을 촉구했다”고 평했다.

북한 열병식은 문재인 정부의 ‘평화올림픽’ 요청에 대한 배신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평창올림픽 휴전 결의안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마크 내퍼 주한 미 대사대리가 최근 “북한 열병식은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다. 유엔 결의안에는 ‘올림픽 전후 1주일간 적대 행위 중단’ 촉구가 명문화돼 있다. 한·미 양국이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한 것도 이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고위급회담(1.9)과 평창실무회담(1.17)에서 문 정부로부터 얻을 것을 다 얻어낸 뒤 건군절 행사 계획을 공개하고 대규모 무력시위 연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최근까지 청와대와 통일부는 ‘우연히 날짜가 일치했을 뿐’ ‘북한이 3년 전부터 준비해온 일’등으로 오히려 북한을 두둔하는 양상까지 보였다. 그러나 국내 반발이 커지자 30일 우 원내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북한은 우리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반영해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열병식 우려가 커지는 만큼 ‘평창 이후’ 상황도 불안해진다. 지금이라도 문 정부는 당당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남북 군사회담에도 합의한 만큼, 군사회담 개최 및 열병식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 북한이 불응하더라도 그만큼 평창 이후에 대비한 명분을 쌓고, 미국 등 우방을 덜 실망시키는 일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