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치명령 취소시키려면…

민사집행법상 채무자에 대한 감치 명령은 정확히 돈을 갚지 않았기 때문에 감치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재산명시’ 명령에 불응해 재산명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행된다. 우리나라가 1990년 가입한 유엔의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1조 “어느 누구도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구금되지 아니한다”는 조항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의 근거이기도 하다. 다시 얘기하면 법원의 결정에 따르면 감치 결정은 취소될 수 있다.

법원의 감치 명령이 내려지면 명령이 내려진 날부터 일주일 내 즉시 항고하는 방법이 있다. 즉시항고를 통해 변론기일 일정이 새로 잡히면 재산목록을 제출하고 선서를 하면 감치 명령은 취소된다.

감치 결정이 매년 2만 건을 넘어가며 법원은 약식으로도 절차를 두고 있다. 법원에서 특정한 날을 정하면 감치 명령을 받은 사람이 그날 출석해서 선서하고 재산목록을 제출하면 감치 명령을 일괄적으로 취소하는 것이다. 감치 명령 결정이 내려지면 우선 감치 결정문에 나와 있는 법원의 담당 재판부에 연락해 재산목록을 추가로 제출할 수 있는 임의기일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고의로 재산을 은닉하고 채무 이행을 하지 않는 악성 채무자들과 달리 영세 채무자들이 감치 명령까지에 이르는 것은 법원의 서류를 어려워하거나 ‘겁내’면서 아예 대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금융복지 상담사는 1일 “채무자들은 연체하게 되면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해 악착같이 ‘돌려막기’를 하다 결국 악성 채권과 불법 사금융에까지 손을 대는 악순환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그 경우 불법 추심에 힘들어하다 소송장 하나, 문서 하나에도 벌벌 떠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역별로 동사무소 등을 통해 금융 관련 상담을 받아볼 수 있고, 아니면 법률구조공단 등을 통해 무료 상담도 가능하다”며 “조금이라도 빨리 법적인 대응을 하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