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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환경단체인 미국 NRDC(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는 최근 미국인이 즐겨 먹는 식품 중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10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식품 1㎏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기준해서다. 이 중 유일한 채소는 아스파라거스였다. 아스파라거스는 1㎏당 8.9㎏의 이산화탄소를 낸다고 NRDC는 추정했다. 이처럼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록한 것은 미국인의 식탁에 오르는 아스파라거스가 주로 남미에서 항공기를 통해 수송되기 때문이다.

아스파라거스는 국내에서도 상당히 높은 ‘탄소 발자국’(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남길 것 같다. 한 해 국내 소비량 약 1000t의 6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남유럽(그리스)이 원산지인 아스파라거스를 사람이 먹기 시작한 것은 오래됐다. 고대 이집트의 벽화에도 그려져 있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는 궁내에 전용 온실을 설치하고 ‘식품의 왕’이란 작위까지 하사했다.

과거 유럽에선 아스파라거스가 셀러리와 함께 천연 최음제·강정제로 통했다. 남성 생식기를 닮은 생김새 때문이다. 성애 교본 카마수트라에도 최음제로 추천됐다. 19세기 프랑스 왕실에선 아스파라거스만으로 식사 코스를 준비하고, 프랑스의 신랑은 첫날밤을 치르기 전 세 코스에 걸쳐 아스파라거스 요리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중세 유럽의 수도원에선 수녀·신부에게 금지 채소였다.

만약 아스파라거스가 동양에서도 흔한 채소였다면 불가(佛家)의 금기 식품인 오신채(五辛菜)에 포함되지 않았을까? 오신채는 파·마늘·달래·부추·흥거 등 냄새와 자극성이 강한 다섯 채소로, 사찰 음식에선 엄격히 금하고 있다. 먹으면 음심(淫心)이 동해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단 아스파라거스에 실제 최음 성분이 들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스파라거스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성분은 아스파라긴산(아미노산의 일종)이다. 1800년대 초 프랑스의 화학자가 아스파라거스에서 처음 발견했다 해 아스파라긴산이란 이름이 붙었다. 아스파라긴산은 숙취 해소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아스파라거스에서 아스파라긴산 다음으로 주목받는 성분은 루틴이다. 흔히 메밀의 웰빙 성분으로 알려진 루틴은 모세혈관을 튼튼히 하고 혈압을 낮춰주는 항산화 성분이다.

아스파라거스 섭취 뒤 소변에서 이상한 냄새가 날 수 있다. 이를 ‘아스파라거스 신드롬(증상)’이라 한다. 10명 중 4명가량이 먹은 지 5분 뒤부터 이런 증상을 보인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시적이며 건강에 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양파·마늘·부추 등과 ‘사촌 간’인 아스파라거스엔 기이한 냄새의 원인인 황(黃) 성분이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

먹는 부위는 줄기다. 봄이 되면 마치 죽순처럼 줄기가 쑥쑥 올라오기 시작한다. 대개 30㎝가량 자라면 베어내 먹는다. 3월 초엔 30㎝ 만큼 자라는 데 보통 10일가량 걸리지만 5월엔 2∼3일 정도로 단축된다. 아스파라거스는 ‘국민병’으로 통하는 2형 당뇨병 예방·치료에 이롭다. 2011년 ‘영국영양저널’엔 아스파라거스가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을 향상시켜 인슐린 분비를 개선함으로써 당뇨병 위험을 낮춰준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도 아스파라거스에 풍부한 비타민 B6가 당뇨병 환자나 저혈당 환자의 혈당을 적절하게 조절해준다고 밝혔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