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臨政수립일 = 건국절’힘싣기
진보-보수 또 이념대립 우려

내년 100주년을 맞는 3·1 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4월 17일)을 기념하기 위한 ‘3·1 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기념사업추진위)’가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다.

이는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절로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건국절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 간 이념 대립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또 대구 시민과 학생들이 이승만 독재정권에 맞섰던 1960년 2·28 민주운동을 기리기 위해 2월 28일을 정부 주관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3·1 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정안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념사업추진위는 대통령 직속으로, 대통령이 위촉하는 민간위원장과 국무총리가 공동 위원장을 맡는다. 위원은 100명 이내로 구성하며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국민 신망이 두터운 인사로 인선하기로 했다.

당연직 위원에는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국무조정실, 국가보훈처 등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시도지사 협의체 장 등이 포함된다. 위원회 내에는 기념사업 실무를 추진할 ‘기념사업추진기획단’이 오는 2월 설치된다. 기념사업추진위 설치로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기념하는 정부의 움직임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사에서 “내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며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2·28 민주운동 기념일인 2월 28일이 48번째 국가기념일로 격상되면서 올해부터 정부 주관 행사로 치러진다. 그동안은 대구시 조례에 따라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행사가 이뤄졌다.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국가기념일은 3·15의거 기념일, 4·19혁명 기념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6·10민주항쟁 기념일에서 한 개 더 늘게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6일 공식선거운동 첫날, 대구 2·28 민주 의거 기념탑을 참배하는 것으로 대선 레이스를 시작한 바 있다.

정부는 또 이번 국무회의에서 국민권익위원회 명칭을 국가청렴위원회로 바꾸고, 행정심판 기능을 권익위에서 분리해 법제처로 돌려보내기 위한 관련 법 개정안도 의결해 국회에 제출했다. 재외국민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말소제도를 도입하고, 소급 등록을 금지하는 내용의 재외국민등록법 개정안도 의결해 국회로 넘겼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