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지하시설 대피 22일 오전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대피 훈련에 참여한 도쿄 시민들이 분쿄구 고라쿠엔 지하철 역 인근 지하시설에 피해 있다. 연합뉴스

지하철역·유원지 등 주민 참가
탄도탄 포격 가정 ‘J얼럿’ 활용
휴대전화로 긴급경보 메시지도

일본 수도 도쿄(東京) 한복판에서 22일 오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비한 대피 훈련이 실시됐다.

22일 교도(共同)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도쿄(東京)도는 이날 오전 분쿄(文京)구 도쿄돔 주변에 있는 지하철역, 유원지 등에서 주민이 참가하는 대피훈련을 실시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아키타(秋田)현을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별로 탄도미사일 포격을 가정한 대피 훈련을 실시했다. 도쿄도 안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한 대피훈련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구밀집지역의 경우 교통 규제 등 사전에 많은 통제와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훈련은 도쿄 분쿄구에 위치한 도쿄 지하철 가스가(春日)역과 고라쿠엔(後樂園)역 주변, 그리고 야구장이 있는 도쿄돔시티 유원지 주변에서 이날 오전 10시쯤부터 실시됐다. 훈련은 북한 등 타국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이 일본에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가정하에 실시됐으며 인근 주민 약 250명이 참여했다. 훈련은 전국 긴급경보시스템인 ‘J얼럿’ 지시에 따라 주민들이 지하시설, 건물 등에 신속하게 대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1일 후쿠오카(福岡)현 후쿠오카시에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비한 대규모 대피 훈련이 실시된 바 있다. 당시 훈련도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했다는 가정하에 J얼럿을 활용해 시내에서 접속 중인 휴대전화에 긴급 문자메시지를 경보음과 함께 전달하고 주행 중인 열차를 일시 정차시키기도 했다. 이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최근 남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 등 해빙 무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노력을 뒷전으로 미뤄두고 북한에 휘둘리고 있다”며 “북한이 유화 분위기는 연출하지만,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 임하려는 의도는 나타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정부가 나서서 위험을 조장하면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며 별도의 북한 공격 대비 대피 훈련을 하지 않고 있지만, 일본, 미국 등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피 훈련에 적극적이다. 미국 하와이주(州)의 경우 지난해 12월 1일 30년 만에 북한 탄도미사일 공격 관련 대피 훈련을 실시했고 괌에선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비상행동수칙을 배포하기도 했다. 일본도 지난해 3월부터 지자체별로 순차적으로 대피훈련을 해오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과 일본은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오(誤)경보를 해 신뢰성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한편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은 한반도 전시 대피계획을 짜기 위해 지난해 10월과 이번 달 영국군 고위 인사를 한국에 보내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에는 8000명가량의 영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