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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망 피하는 꼼수 공유
“의도 없었다 강하게 어필”
“탄원서 나눠내라” 등 조언

“그다지 저항도 없었다”
피해자 비난하는 글도

성범죄 혐의를 받는 남성들에게 상담을 해주는 인터넷 카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성년자 성매수를 시도한 남성을 ‘억울한 피해자’로 옹호하고, 경찰 조사 때 어떻게 진술해야 혐의를 피할 수 있는지 ‘팁’까지 공유하는 행태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A 카페는 회원 수가 4900여 명에 달한다. 이 카페의 ‘억울합니다 도와주세요’ 게시판에 사건명·일시·장소·내용 및 상대방 정보 등을 적은 글을 올리면 다른 회원들이 ‘조언’ 댓글을 줄줄이 달아 준다. 한 남성은 지난해 11월 경남 남해군으로 여행을 갔다가 중학생으로 보이는 미성년자 등을 포함한 여성 10여 명에게 “돈 줄 테니 시간 좀 내줄 수 있냐” “100만 원을 줘도 안 되냐” 등의 발언을 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경찰로부터 ‘돈을 주겠다는 말과 놀자는 말이 결국 성관계를 요구하는 거 아니냐. 왜 어린 학생들에게만 그랬느냐’는 질문을 들었다”며 “단지 예뻐 보이고 마음에 들었을 뿐이라고 답했다”고 썼다. 이 글에는 “성매매 의도로 접근한 게 아니었다고 강하게 어필하라” “성매매 미수에 해당해도 여성이 성인이면 처벌 조항이 없으니, 진술할 때 ‘(여성에게) 나이 물어본 적도 없고 외관상 미성년자로 보이지 않았다. 10대라고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카페 회원들은 성범죄 피의자들이 무조건 누명을 썼다고 전제하고 “탄원서는 한 번에 내지 말고 횟수를 여러 차례 나눠 내라”는 등 무혐의 처분을 받아내기 위한 나름대로의 ‘비법’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이런 카페에서는 일말의 반성조차 하지 않는 성범죄 피의자가 판친다. 한 회원은 “술에 취해 무슨 이유인지 그 여자에게 입을 맞췄다. 물론 입 맞추기 전에 하지 말라고 한 건 있지만 그다지 저항도 없었다”며 “왠지 꽃뱀인 거 같다”고 썼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19일 “경찰이 수사할 때 피의자 진술만 갖고 하는 게 아니다”며 “범죄 증거가 하나라도 있으면 그런 카페에서 나도는 진술 태도 관련 조언은 아무 쓸모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일부 카페는 가해자들이 어떻게 하면 혐의를 모면할 수 있을지 모의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며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거나 ‘너도 원했잖아’처럼 되레 성범죄 피해자를 비난하는 말만 확대·재생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아·이희권 기자 kimhaha@munhwa.com